정치 지형 재편 과정서 핵심 역할 거론…세습보다 막후 실력 행사 할듯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따른 이란의 정치 지형 재편 과정에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막후에서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는 6월 28일 열릴 이란의 대통령 보궐선거 등 차기 지도부 구성 과정에서 모즈타바가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모즈타바는 공식적인 직책이 없고 대중 앞에 모습도 잘 드러내지 않아 대부분의 이란 사람에게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1969년 이슬람 시아파의 최대 성지중 하나인 마슈하드에서 태어난 그는 부친이 팔레비 왕조의 세습통치에 반대하는 혁명운동가로 성장하고 대통령에 오르는 등 권력을 쥐는 과정을 옆에서 고스란히 지켜봤다.
1980년대에는 이라크 전쟁에 참전해 부대에서 만난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 정보수장에 오른 호세인 타에브 등과 관계를 다졌고 이후 이란 정보·보안 기관 내 핵심 인사들과도 수십년간 교류하면서 막후에서 힘을 키워왔다.
그는 특히 개인적인 권력 기반이 없었던 라이시 정권 하에서 세력을 더 확장해왔다.
때문에 최근 몇 년간 모즈타바가 부친의 사후 권력을 이어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란의 정치 지형을 고려할 때 그가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막후에서 실력을 행사하려 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알리 하메네이에 관한 책을 쓰기도 했던 신학자 메흐디 칼라지는 모즈타바가 권력을 세습할 가능성은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모즈타바가 차기 최고지도자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은 완전히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알리 하메네이가 누구도 후계자로 지목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WSJ는 모즈타바가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요구돼온 자질인 종교적 신임이나 행정부 경험과 같은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고도 분석했다.
알리 하메네이가 세습 군주제를 무너뜨리고 권력 기반을 다져왔다는 점도 모즈타바의 승계 가능성을 낮춘다.
부친인 알리 하메네이와 초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자식에게 자리를 물려준다는 것이 비 이슬람적이고 군주적이라고 비판하며 권력을 잡은 만큼, 모즈타바를 후계자로 지목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도 모즈타바는 막후에서 그림자처럼 권력을 행사해왔다.
그는 2005년 강경 보수파 정치인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선에서 승리했을 당시 선거 과정 전반을 설계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2019년에는 부친을 위해 IRGC와 그 산하 조직인 바시즈 민병대와 긴밀히 협력해온 혐의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란 안보 전문가인 사예이드 골카르 미국 테네시대 교수는 "수십년간 권력의 중심에서 얻은 경험으로 모즈타바의 정권 내 네트워크는 견줄 데가 없다"면서도 "그를 후계자로 지명하는 것은 군주제를 부활시키고 하메네이가 쌓아온 유산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부친 사후 모즈타바의 권력이 한차례 위협받을 수는 있지만 그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 막후 실력자로 남아있다면 상황이 더 나을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WSJ는 그러면서 루홀라 호메이니의 아들 아흐마드를 사례로 들었다.
아흐마드는 호메이니가 1989년 숨지기 전 지금의 모즈타바보다 더 한 권력을 지녔고 알리 하메네이,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당시 대통령 등과 함께 국정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부친 사후 그들과 사이가 틀어졌고 1995년 4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독일 국제안보연구소(SWP) 소속 연구원 하미드레자 아지지는 "모즈타바와 주변 인물들은 지난 20여년간 이란의 정치판을 좌지우지해왔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라이시와 같은 인물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지지는 "그렇게 함으로써 모즈타바가 대중의 감시를 받지 않고 그림자 역할을 유지하면서 권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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