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폭격 뒤 드론 날아와 가스 뿜는 수류탄 투하
보병진격에 속수무책…미, 화학무기금지조약 위반 주장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확대에 독가스가 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는 클로로피크린을 비롯한 가스 공격이 부쩍 늘어났다.
러시아군의 독가스 살포는 공습, 병력 침투와 함께 진군의 한 방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항공기가 활공폭탄을 투하해 우크라이나 진지를 훼손하고 드론이 가스를 살포하는 수류탄을 떨어뜨린다.
클로로피크린에 노출되면 피부가 화상을 입고 눈물이 계속 흐르게 되며 폐가 가스의 자극을 받아 호흡 곤란이 온다.
이 가스는 공기보다 무거워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참호 구석구석으로 퍼진다.
우크라이나 병력이 고통 속에 참호를 벗어나 무기력해지면 무기를 완전히 갖춘 러시아 보병이 쳐들어오기 시작한다.
방독면이 없으면 숨조차 쉬기 어려운 무방비 상태이고 방독면이 있어도 조준사격이 어려운 상태가 된다.
우크라이나로서는 최전선에서 조금씩 계속 후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실제로 이 같은 화학무기 사용은 러시아가 봄철 대공세를 통해 점령지 확대를 시작한 것과 맞물려 더 자주 목격된다.
작년 2월부터 지금까지 우크라이나가 집계한 러시아의 화학무기 사용 사례는 1천891건이다.
러시아가 동부에서 침공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 지난 3월에 373건, 4월에 444건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육군의 드미트로 세르히옌코는 "러시아군의 독성 화학물질 사용은 우리에게 이제 일상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군의 화학무기 사용이 진군을 위한 공식으로 굳어졌다고 진단했다.
로버트 우드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 차석대사는 "우크라이나군이 요새화한 진지에서 떨어져 나오도록 하기 위해 러시아군이 클로로피크린과 폭동 진압용 가스를 전쟁 무기로 쓴다"고 지적했다.
클로로피크린은 1차 세계대전에서 무기로 사용된 적이 있으며 현재는 살충제로 사용된다.
이 화학물질은 러시아도 가입한 화학무기금지조약(CWC)에서 전쟁 때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제된다.
미국 국무부는 이달 초 러시아군의 클로로피크린 사용을 화학무기금지조약 위반으로 지적했다.
이와 함께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군의 화학무기와 연계된 러시아 정부기관, 기업들을 대거 제재한 바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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