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와 달리 3기 집권 시진핑 경제성과 미진…민심 흉흉"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 포위 훈련 당일 중국 내외 경제계 인사들의 모임에 참석, '경제 살리기 행보'에 나서 주목된다.
군사·안보 위기를 고조시켜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면서도 경제 회생을 역설하는 '엇박자 행보'인 셈이다.
이를 두고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 등과는 달리 '3기 집권'에도 이렇다 할 경제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시진핑의 고민을 방증하는 장면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 라이칭더 독립 언급도 안 했는데…中 '다짜고짜' 대만 봉쇄 군사훈련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취임한 지 불과 나흘째인 23일 중국이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를 동원해 도발적인 봉쇄 훈련을 시작한 건 관례와 비교해서도 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중국은 재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작년 4월 차이 전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 간 회동을 빌미 삼아 대만 봉쇄 군사훈련을 한 바 있으나, 그때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미 하원의장과의 접촉을 레드라인으로 규정해온 상황에서 직접적인 보복 조치를 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번에 사정이 다르다.
라이 총통이 취임 이전에 스스로 '실용적 독립주의자'라고 칭하기는 했지만, 20일 취임 연설에서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독립이라는 단어조차 거론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짜고짜 독립 시도로 규정하고 군사적 무력시위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라"며 우려를 표명했지만,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일축하는 모양새다.
◇ 국제사회 안보 우려 속 '경제 챙기기' 나선 시진핑…해외투자자들 만나
주목되는 점은 시 주석이 훈련 시작 당일인 23일 산둥성 지난시에서 해외 투자자들과 중국 안팎 경제계 인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에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이는 작금의 중국에 경제 회생이 최우선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전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중국식 현대화의 진전을 방해하는 이념적 개념과 제도적 결함을 단호히 제거하겠다"고 역설했다.
이 언급은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시장 경제체제를 수용한 중국 특색사회주의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외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는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지난 1분기 5.3%라는 기대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으나, 중국 안팎의 여건을 볼 때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
SCMP는 "장기화한 부동산 부문 침체와 내부 수요 약화, 늘어나는 지방정부 부채, 높아지는 무역장벽 등이 중국의 성장 동력과 경제 회복을 방해하고 있다"고 짚었다.
사실 중국 당국으로선 경제 회생에 전력을 다하고 있으나 '산 넘어 산'이라는 분석이 많다. 무엇보다 각종 경제·안보 이슈로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과의 갈등과 대립이 고조되는 상황이 중국으로선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전략적 도전자인 중국에 대해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군사·외교·안보 압박 공세를 펼쳐온 미국은 동맹과 함께 대(對)중국 경제 고삐 죄기를 강화해왔다.
미국이 첨단반도체·인공지능(AI)·양자컴퓨팅을 포함한 첨단기술의 중국 접근을 차단하는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정책을 본격화하고 EU와의 연대를 시도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미국과 EU는 중국의 강점인 전기자동차·리튬배터리·태양광 패널 등을 겨냥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큰 중국으로선 미국·EU와 '관세 전쟁'을 하는 걸 달가워하진 않지만, 대응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도 대만·미국·EU·일본산 폴리포름알데히드 혼성중합체(POM)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들어간 데 이어 수입 자동차 관세 인상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 '3기 집권' 시진핑 "번영 없는 독재"에 불만 커진 민심…마음 급한 中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작년 초부터 경제 회생을 낙관했던 시 주석으로선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중국 경제에 안개가 잔뜩 낀 상황에서 중국인들이 지갑을 닫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중국 밖 경제 여건이 만만치 않아서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 "중국 번영 엔진은 정체된 상태"라면서 "시 주석 치하 중국 경제성장률은 1980년대 이후 최저이고, 무엇보다 부동산 위기로 가계가 망가졌고 증시가 폭락했으며 노동자 임금은 대폭 삭감돼 민심이 흉흉하다"고 짚었다.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에 대한 유혈 진압으로 민심이 극도로 좋지 않았음에도 경제 발전이 뒷받침되면서 수습될 수 있었으나, 3기 집권의 시진핑 체제는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중국이 2022년 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이후 국가안보를 우선시하면서, 이를 계기로 감시와 통제 수준을 대폭 높이는 상황도 중국인들의 큰 불만을 사는 대목이라고 이 통신은 지적했다.
베이징 심리학자인 줄리엣 저우는 "중국에서 정신 건강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수가 심하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개혁개방 시기에 두 자릿수대 경제성장률을 누려왔던 중국인들이 시 주석 이후 상대적인 경제 부진에 불만을 느끼는 가운데 외교가는 근래 중국 당국 대응에 주목하고 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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