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기업' 퇴출 제도 개선 착수…ATS 출범에 거래소도 '경쟁시대'
해외홍보 직접 뛰는 정은보 이사장 "코리아 프리미엄 인정 받겠다"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24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위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확정 발표와 함께 자본시장의 '레벨업'을 위한 4가지 전략과 12가지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여기에는 상장심사 개선, 공매도 감시, 통합시장관리체계 구축 등 한국 증시의 성장을 가로막아왔던 요인들을 해소할 만한 내용들이 담겼다.
특히 밸류업 프로그램을 계기로 한국 자본시장과 증시의 체질을 바꿔보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정 이사장은 "과감한 도전과 혁신을 통해 우리 시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 코리아 프리미엄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좀비기업·불법 공매도…투자자 떠나게 하던 구조 바꾼다
정 이사장이 제시한 4가지 핵심전략은 ▲ 기업 밸류업 지원 ▲ 공정한 자산운용 기회 확대 ▲ 자본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 자본시장 마케팅·소통 강화다.
이중 '공정한 자산운용 기회 확대'에는 상장심사 관행 개선, 불법 공매도 감시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 이사장은 특히 "국내 상장 기업이 2천600개 정도 되는데 주요 선진국 대비 상장기업 수가 많다"며 "(좀비기업에 대해서는) 원칙에 입각한 정리가 이뤄져야 다른 건전한 기업으로 투자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며 부실기업의 증시 퇴출을 강조했다.
우량기업의 상장 심사는 빠르게 하되 부실기업은 조기 퇴출되도록 해 진입과 퇴출의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거래소는 기업의 증시 진입·퇴출과 관련된 제도 개선을 위한 검토에 이미 착수했다. 상장폐지 사유 발생으로 인한 매매거래 및 개선기간을 단축하고 진입 요건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상장폐지요건을 개선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 이사장은 "필요하다면 용역을 발주해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 당국과도 협의해 원칙에 맞는 상장 기업 퇴출이 이뤄지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불법 공매도 감시와 관련해서도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 구축 및 기관투자자 내부 잔고관리시스템 의무화 등을 통해 불법 공매도가 설 자리를 없애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정 이사장은 "불법 공매도를 신속하게 탐지하면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중앙점검시스템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 대체거래소 출범에 시스템 재정비…미래 먹거리 탐색도
내년 3월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의 본격적인 출범과 함께 한국 증시는 처음으로 '복수시장 체제'를 앞두게 됐다.
한국거래소로서는 처음으로 경쟁자를 맞게 됐고, 복수 시장 상황에서의 투자자보호 방안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데이터·인덱스 사업을 떼어내 '미래사업본부'를 신설, 미래먹거리 확보에 나선다.
영국의 FTSE러셀 등과 같이 주요 해외 거래소도 데이터·인덱스 사업을 자회사 등 독립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거래소는 설명했다.
복수 거래소 체제하에서 거래정지·서킷브레이커 등의 시장 조치와 공매도 관리 등이 통합 관리되어야 하는 만큼 통합 시장감시시스템, 통합 청산 인프라 및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에도 나선다.
투자자의 거래 편익을 위해 중간가 호가(최우선 매수·매도 호가의 중간 가격으로 체결되는 호가) 도입 등을 검토 중이다.
지금까지 유럽파생상품거래소(EUREX)에 연계해 운영해온 파생상품 야간거래를 거래소 직접 운영으로 전환하고 거래 상품도 추가한다.
이외에도 '증권·파생 연구센터'가 싱크탱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강화하고 미래 금융인프라 경쟁력 확보와 분산원장 기술 관련 연구개발(R&D)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 '해외 홍보맨' 자처한 이사장…거래소 'K-밸류업 마케팅 나선다
정은보 이사장은 이달 중순 일본 도쿄와 미국 뉴욕을 잇달아 방문,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홍보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국제파생상품협회(FIA) 국제 파생상품 콘퍼런스에 참석했고 뉴욕증권거래소(NYSE)도 방문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알렸다.
정 이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해외 방문 성과에 대해 "많은 기관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중국에 투자하는 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이를 아시아 어느 지역에 투자할지에 대한 의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굉장히 많은 관심이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현재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도 한국 밸류업 프로그램이 커 거래소는 조기에 투자설명회(IR)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 이사장은 "밸류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 유도와 함께 우리 자본시장에 대한 마케팅이 필요하다"며 "거래소 해외사무소 기능도 재정립해 K-밸류업 마케팅의 글로벌 거점으로 삼겠다"고 했다.
거래소도 자체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마련, 공시해 기업 밸류업 정책에 동참할 계획이다.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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