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13개 발생해 4∼7개는 강풍 동반할 듯
달아오른 해수·라니냐·무역풍 감소 등 기후변화 여파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올해 역대 최다 허리케인이 미국을 휩쓰는 최악의 시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3일(현지시간) 가디언과 NBC 뉴스, 폭스웨더 등에 따르면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따뜻한 대서양 수온과 엘니뇨 등의 영향으로 올해 대서양에서 17개에서 25개의 폭풍이 형성되고 이 중 8∼13개는 시속 119㎞ 이상 허리케인으로 발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NOAA가 내놓은 역대 5월 허리케인 시즌 예보 중 가장 그 개수가 많은 것이다.
특히 허리케인으로 발전한 폭풍 중 4∼7개는 시속 185㎞의 강풍을 동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NOAA는 허리케인이 다수 발달하는 원인으로 관측 이래 최고로 달아오른 대서양의 수온, 태평양의 라니냐 현상 발달, 대서양 무역풍과 급변풍의 감소 등을 꼽았다.
NOAA 예보관들은 대서양 연안에서 평년 이상의 허리케인 시즌이 될 확률이 85%라고 예상했다.
라니냐 현상은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것이고, 엘니뇨는 반대로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말한다.
미국 기상청(NWS)의 켄 그레이엄 청장은 "왕성한 허리케인 시즌을 위한 모든 요소가 갖춰져 있다"라고 말했다.
NOAA뿐 아니라 다른 기관들도 비슷한 예측을 내놨다.
매년 허리케인 예측을 하는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와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팅 센터에 따르면 집계된 공공·민간 예측 기관의 허리케인 예보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올해 대서양에서 23개의 폭풍이 발생하고, 이 중 11개는 허리케인으로 발달하며, 허리케인 중 5개는 3등급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허리케인은 가장 약한 1등급에서 가장 강한 5등급까지 5개 범주로 분류된다
시속 74~95마일(119~153km)이 나무와 고정되지 않은 이동식 주택에 피해를 주는 정도의 1등급이며 등급이 올라갈수록 피해 규모가 커진다. 5등급은 시속 157마일(252㎞) 이상으로 인명과 재산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허리케인 시즌은 6월 1일에 시작해 11월 30일에 끝나는데, 늦여름과 초가을이 그 정점으로 평가된다.
지구 온난화는 허리케인의 파괴적 위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기가 따뜻해지면 폭풍이 해안에 가까워질수록 풍속이 빨라질 가능성이 커지고, 폭풍이 상륙하면 정체되면서 극단적인 양의 비를 내릴 확률도 높아진다.
특히 올해처럼 바다 수온이 높은 데다가 라니냐 발생 가능성까지 커진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국 마이애미 대학교의 브라이언 맥놀디 연구원은 올해는 과거에 비슷한 조건을 찾기 힘들다며 "대서양에서 이렇게 수온이 높을 때 라니냐가 발생한 적은 없었다. 우리는 확실히 미지의 영역에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 연구에 따르면 대서양의 열대저기압은 1971년부터 1990년까지의 20년보다 2001년부터 2020년까지의 20년에 그 위력이 급격히 커질 가능성이 29%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이달리아는 단 24시간 만에 1등급에서 4등급으로 격상됐다.
이 같은 추세 때문에 허리케인에 대한 대비는 더욱 어려워지며 주민들이 대피할 시간도 부족해지는 것으로 지적된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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