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CLX에 AI·DT 도입…"연간 100억원 비용 개선 기대"
인력 양성해 자체 시스템 개발…사업모델로 확장 계획
(울산=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SK이노베이션[096770] 주력 생산기지인 울산 남구 울산콤플렉스(울산CLX) 내에서 로봇 개가 순찰 중이다.
로봇 개가 문제를 발견하면 작업자는 증강현실(AR)로 임시가설물 위치와 높이를 확인한 후 설치 작업에 들어간다.
SK이노베이션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DT) 기술을 접목해 생산 현장에 도입한 '스마트 플랜트 2.0'의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3일 기자단에 울산CLX 스마트 플랜트 2.0 현장을 공개했다.
◇ AI·DT 기술로 생산성·안전성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스마트 플랜트 2.0은 공정 운전, 설비관리, 안전보건환경(SHE) 분야에 AI와 DT를 적용한 개념이다.
SK이노베이션은 갈수록 공정 관리가 복잡해지면서 대규모 데이터 처리에 한계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디지털 전환을 시도했다.
스마트 플랜트 2.0은 작업자가 미세한 데이터까지 추적하거나 보수 관리에 오랜 시간을 쓰지 않아도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
현장에 투입된 로봇 개는 가스탐지, 열화상카메라, 30배 줌 모니터링 등 기능을 갖춰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작업자에게 알린다.
계단을 오르내리고, 자동차로 치면 크루즈 기능에 해당하는 자동 활주 기능이 있어 사람의 개입 없이 현장을 점검할 수 있다.
정창훈 SK에너지 스마트플랜트추진팀장은 "현재는 안전 문제로 로봇 개가 주간 순찰만 하지만, 테스트가 완료되면 올해 하반기 중으로 야간 순찰도 맡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팀장은 "사람이 하루 3번 순찰할 일을 로봇 개는 4∼6번 할 수 있어 생산성과 효율성이 올라가는 것"이라며 "직접적인 인력 감축 효과는 아직 기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드론을 활용한 고소 지역 설비 검사, 로봇을 활용한 위험 작업 대체 등 보다 안전한 작업 현장을 위한 변화도 이뤄졌다.
SK이노베이션은 스마트 플랜트 2.0으로 에너지 절감, 생산성 향상 등 비용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사고와 설비 고장을 예방해 안전성까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
◇ 한층 똑똑해진 생산기지…"연간 100억원 비용 개선"
스마트 플랜트 2.0의 핵심은 업무 자동화와 지능화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통해 연간 100억원 이상 비용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울산CLX는 4조 2교대로 24시간 돌아가고, 작업자들은 생산적이면서도 안전하게 작업하기 위해 조작실에서 데이터를 각각 추적해야 했다.
그러나 스마트 플랜트 2.0 과제인 공정 자동 제어를 적용하면 데이터 시스템이 변수를 추적해 연간 20억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정 팀장은 "고품질의 경유를 최대로 뽑아내기 위해서는 변숫값을 세세히 조정해야 하는데, 사람이 제어하면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시스템을 개입시켜 에너지 낭비를 막고 제품을 최대한으로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설비 관리에서도 AI가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검사가 필요한 지점을 정하고, 결과를 분석해 시각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설비가 망가지거나 생산에 문제를 일으키기 전 사전에 부품을 교체하기 때문에 연간 20억∼30억원 상당 비용이 개선될 수 있다.
이 밖에 250만평에 달하는 울산CLX 공정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울산CLX 통합 안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똑똑하게 안전 관리까지 할 계획이다.
◇ 전문가 양성 통한 기술력 확보…자체 시스템 개발 나서
SK이노베이션은 머지않아 산업계 대부분의 업무가 AI와 DT 기술로 대체될 것이라 보고 자체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스마트 플랜트 2.0 과제로 도입한 시스템 대부분은 울산CLX 현장 상황에 맞춰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이미 개발된 국내외 설루션으로는 현장의 니즈(요구)를 반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데이터 분석 전문인력인 CDS(Citizen Data Scientist), AI/DT 전문가 등 사내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신입 엔지니어는 CDS 과정을 필수로 이수하는 등 체계적인 전문인력 육성에도 나서고 있다.
사내 전문가들은 거대언어모델(LLM) 기술 기반으로 엔지니어 기술 챗봇도 개발 중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엔지니어 업무 전반에 걸쳐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자체 구축한 스마트 플랜트 2.0 설루션을 지식 자산화해 새로운 사업모델로 확장할 계획이다.
정 팀장은 "자동화로 효율성을 높이고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는 등 실질적으로 경영환경에 도움이 되는 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 우리가 만든 시스템을 자산으로 쓸 수 있는 사업화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 울산CLX는 국내 최초 스마트 플랜트 구축과 운영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며 "실행력이 한층 강화된 스마트 플랜트 2.0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자동운전 플랜트'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write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