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함께 지키겠다" 일본인들 베를린서 연대집회

입력 2024-05-24 20:20   수정 2024-05-25 02:09

"소녀상 함께 지키겠다" 일본인들 베를린서 연대집회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등 유럽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이 최근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베를린 시장을 규탄하고 소녀상 영구 존치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유럽에 거주하는 일본인과 재일동포 50여명은 24일 오전(현지시간) 베를린 시청 앞에 '일본인들도 평화의 소녀상이 필요하다', '식민주의의 증거인 소녀상은 유지돼야 한다' 등 구호를 적은 현수막을 펼쳐놓고 시위를 벌였다.
베를린의 회사에 다닌다는 아키라 씨는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 식민지 시절 위안부 피해자를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한 것"이라며 "위안부는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에 '일방적 표현'이라는 베를린 시장의 주장은 틀렸다"고 말했다.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은 지난 16일 일본 도쿄에서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을 만나 더 이상 '일방적 표현'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소녀상에 대한 일본 정부 주장에 동조하는 발언을 했다.
아키라 씨는 "최근 나크바(이스라엘 건국에 따른 팔레스타인 주민 실향)를 부정하려 하는 독일 정부처럼 베를린 시장도 일본의 식민범죄에 대한 역사수정주의에 가담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유학 중인 재일동포들도 힘을 보탰다.
런던에서 교환학기 중인 일본 와세다대 박주희 씨는 "소녀상은 전쟁과 식민주의를 일상에서 환기하는 역할을 한다"며 "역사에 대한 반성을 거부하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고 비판했다.
포츠담에서 대학에 다닌다는 재일조선인 3.5세 김향복 씨는 "일본 정부가 소녀상을 공격하는 걸 보고 일본 출신으로서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일본인 친구들과 함께 집회에 나왔다"고 했다.
집회를 주최한 아이코 씨는 "베를린 시장이 우리 주장을 귀 기울여 듣길 바란다"며 "소녀상이 다른 곳으로 옮겨지지 않고 존치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 소녀상은 설치 직후인 2020년 10월 관할 미테구청이 철거를 명령했으나 재독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의 가처분 신청으로 보류됐다. 미테구의회는 이후 여러 차례 존치 결의안을 채택했다.
베그너 시장은 일본 외무상 면담에서 관할 구청, 연방정부를 포함한 모든 관련 당사자와 대화 중이며 독일 주재 일본 대사도 논의에 참여시키겠다고 말했다.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베를린 시장의 망언에 많은 일본인이 분노하고 있다"며 "소녀상이 영구히 존치하도록 하고 일본 정부가 개입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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