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선거 TV토론…'강경우파·극우' 협력엔 "反푸틴이면 가능"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연임에 도전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내달 유럽의회 선거 이후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강경 우파 정당과 협력 가능성을 열어뒀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23일(현지시간) 중도우파 성향 유럽의회 정치그룹(교섭단체)인 유럽국민당(EPP) 선도후보 자격으로 나선 TV 토론에서 강경우파 혹은 극우 정치인과 협력 여부에 "친EU, 친우크라이나·반푸틴, 친법치주의 등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면 함께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강경우파 성향 정치그룹인 유럽보수와개혁(ECR)의 일원인 이탈리아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l)은 이런 점에서 협력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Fdl은 멜로니 총리가 이끌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멜로니 총리는 분명한 친EU 인사이자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에 반대하며 법치주의를 지지한다"고 평가했다.
또 동성애를 반대하는 멜로니 총리와 견해가 다르다면서도 협력은 여전히 가능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정치색과 무관하게 자체 기준에만 부합하면 얼마든지 협력할 의사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다만 ECR에 속한 모든 정당과 다 협력하겠다는 건 아니라고 거리를 뒀다. ECR에는 멜로니의 Fdl 외에도 극우인 스페인 복스(Vox), 프랑스 르롱케트(R!)를 비롯해 폴란드 민족주의 성향 법과정의당(PiS) 등을 포함한다.
그러나 프랑스 국민연합(RN), 독일대안당(AfD), 불가리아의 부흥당(Revival), 폴란드왕관연합(KKP) 등과는 아예 협력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그의 발언을 고려하면 내달 선거 결과에 따라 차기 유럽의회와 EU 집행부에선 우파 성향이 짙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까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EPP는 내달 유럽의회 선거에서 무난하게 1위를 차지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ECR과 '정체성과 민주주의'(ID)로 대표되는 극우 정치그룹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EPP가 1위가 되더라도 원활한 입법·정책 추진 동력을 위해 ECR 혹은 ID와 협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최근 EPP가 선거를 앞두고 의회 주류 정치그룹들이 발표한 이른바 '극우와 협력 배제' 선언문에도 홀로 동참하지 않은 것도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5년 임기의 유럽의회 의원 720명을 선출하는 선거는 내달 6∼9일 EU 27개 회원국 전역에서 실시된다.
각국 정당들은 국적을 초월해 유사한 정치이념을 추구하는 정당과 정치그룹을 형성해 단일국가 의회의 교섭단체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한다.
선거가 끝나면 EU 27개국 정상들은 비공개 회의를 거쳐 행정부 수장 격인 EU 집행위원장 후보를 추천하며 이후 유럽의회 표결을 거쳐 결정된다.
이날 토론에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멜로니 총리와 협력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도 향후 표결에서 Fdl 등 강경 우파 세력의 지지 확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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