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깜짝실적에도 매파적 FOMC에 코스피 2주 연속 내려
매크로 불확실성에 변동성↑…미중 갈등, 실적 따른 종목장세 전망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지난주 국내 증시는 미국 엔비디아의 1분기 깜짝 실적에도 불구하고 되살아난 금리 불안감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주초 관망세를 이어가던 코스피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후 반등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으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미국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2,700대 박스권을 뚫는 데 또다시 실패했다.
금주는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주요 물가지표인 4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발표가 예정돼 시장 불확실성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대신 미국 빅테크(거대기술기업)의 호실적, 미중 무역갈등 반사이익, 실적 개선 여부에 따른 종목·업종별 차별화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연합인포맥스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코스피는 2,687.60으로 전주보다 37.02포인트(1.35%) 내려 2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매파적인 미국 5월 FOMC 의사록과 예상 크게 상회한 미국 5월 S&P 글로벌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로 인해 금리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증시 조정 요인으로 작용했다.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과 주가 급등에 SK하이닉스[000660] 주가가 사상 처음 20만원 고지를 밟았으나, 고대역폭 메모리(HBM)에서 열세인 삼성전자[005930]는 반등에 실패하면서 증시의 하방 압력을 높였다.
지난주(20~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천197억원, 개인은 1조882억원을 순매수했으나 기관은 1조2천567억원을 순매도했다.
주간 기준 외국인은 4주 연속 매수 우위를 보였으나, 기관은 5주 만에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업종별로는 보험(-6.32%), 의약품(-5.25%), 유통(-4.15%), 섬유의복(-3.66%), 증권(-3.23%), 서비스(-2.89%), 철강금속(-2.87%), 금융(-2.70%) 등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반면 호실적이 뒷받침된 음식료품(4.66%)이 2주 연속 업종 수익률 1위를 기록했으며 운수장비(3.85%)와 기계(1.94%)도 강세를 보였다.
코스닥 지수는 839.41로 전주 대비 15.65포인트(1.83%) 내리면서 3주 연속 하락했다.
금주 증시는 불확실한 매크로(거시경제) 환경 속에서 지수가 요동치는 양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주 공개된 FOMC 의사록을 통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태도가 재확인되며 미국 시중 금리 하방이 제한된 상황에서 당장 증시가 상승세를 타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높은 영역에서 흐름을 이어갔지만 전고점 수준에서 상단이 제한됐다"며 "지수의 추가 상승을 위해선 이익 전망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지표 측면에서 이익 전망치의 급격한 상향을 이끌 만한 소재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31일 예정된 미 4월 PCE 물가지표나 연준 인사들의 발언 등에 단기 등락이 영향을 받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듯하다"고 예상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둔화 이후에도 연준의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며 "물가지표 안정 흐름이 수 개월간 연속적으로 확인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FOMC 의사록 부담에 따라 전반적으로 증시에 하방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며 단기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짚었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도 "최근 미국 경기가 전반적으로 둔화 조짐을 보였으나 그 결과로 금리가 4월 중에 이미 낮아진 상태였다"며 "다음 달 초까지는 금리가 상승하면서 투심도 소폭 훼손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믿을 건 개별 종목 및 업종의 실적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스탠스 및 경제지표에 대한 경계심과 호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상충하는 국면"이라며 "매크로 환경에 대한 신중함이 짙어지는 가운데 실적 장세 흐름이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환 연구원은 "매크로 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빅테크와 한국 반도체 중심으로 기업 실적이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실적 성장이 확인되는 기업으로의 쏠림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강재현 연구원도 "당장 이익과 주주환원 모멘텀이 개선되는 종목과 업종이 주목받을 수 있다"며 자동차와 기계 업종의 강세를 예상했다.
미국과 중국 간 관세 및 반덤핑 관련 갈등이 부각되는 것은 중국과 경쟁 중인 한국 기업들에 호재가 될 수 있다.
황준호 연구원은 "금주 국내 증시는 미 연준발 하방 압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한한령 해제 및 미중 분쟁의 수혜가 기대되면서 제한적 상승세가 시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한령의 해제 기대감에 따른 수혜 업종으로는 화장품과 음식료, 게임, 엔터테인먼트를 꼽았다.
미국 증시는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도 지난주 말(24일) 선도주인 엔비디아 주도의 기술주 랠리를 지속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23일 9.3% 급등한 데 이어 24일 2.6% 올랐고, 나스닥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또 한번 경신하며 5주째 상승세를 지속했다.
국내 증시의 엔비디아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황준호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와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으로 한국 증시 내 비중이 큰 반도체 섹터의 상승세가 시현될 것으로 기대되는 점이 금주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경민 연구원도 "증시에 전반적으로 하방 압력이 확대됐지만 엔비디아 호재가 개별 기업과 일부 반도체 기업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강재현 연구원은 "엔비디아를 끝으로 실적 시즌이 마무리되면서 이익 모멘텀으로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할 기회는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병현 연구원도 "IT 업종에 대한 이익 개선 기대가 유효하지만, 엔비디아 호실적이란 소재도 소진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은 금주 코스피 전망치를 2,670~2,800으로 제시했다.
금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일정(한국 기준)은 다음과 같다.
▲ 27일 미국 금융시장 '메모리얼 데이' 휴장
▲ 28일 미국 3월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 미국 5월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
▲ 30일 미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정치,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 31일 미국 4월 PCE 가격지수, 한국 4월 산업활동동향, 중국 5월 국가통계국 구매관리자지수(PMI), 유로존 5월 소비자물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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