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캐즘' 잊은 전기차 생산 현장…10여초만에 배터리·자체 결합

입력 2024-05-27 11:00  

[르포] '캐즘' 잊은 전기차 생산 현장…10여초만에 배터리·자체 결합
'스마트 로봇공장' 현대차 아산공장…내연기관차·전기차 동시 생산
현대모비스, 전기차 수요 줄자 하이브리드 부품 생산 늘려
테슬라 뚫은 車부품 중견기업 코넥…산업부 "올해 車·부품 수출 1천억달러"




(서산·진천·아산·평택=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최근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 직면했지만, 정작 국내 전기차 현장에서는 캐즘을 체감하기 어려웠다.
'전기차 수요 둔화는 일시적 현상으로, 전기차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전망과 맞물려 전기차와 관련 부품 생산을 위한 라인은 쉼 없이 가동 중이었다. 캐즘 이후를 대비한 준비로도 읽혔다.
전기차 부품을 생산하는 중견기업 코넥, 글로벌 자동차 부품기업 현대모비스의 진천공장, 첨단기술을 집약해 전기차를 생산하는 현대차의 아산공장에서는 'K-전기차' 생산을 위한 열기가 느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출입기자단은 지난 23∼24일 전기차 제품 생산부터 통과에 이르는 이른바 '전기차 생애 전주기' 현장을 둘러봤다.
정부는 전기차를 포함한 올해 자동차·자동차 부품 수출 목표로 1천억달러로 제시했다. 자동차 수출이 경제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당초 목표치(984억달러)를 상향 조정한 것이다.



◇ 현대차 아산공장, 로봇이 배터리 번쩍 들어올려 10여초만에 차체 결합
지난 24일 충남 아산의 현대차 공장.
총면적 55만평, 축구장 254개를 합한 규모의 부지에 자리한 아산공장에서는 쏘나타 가솔린·LPi·하이브리드, 그랜저 가솔린·LPi·하이브리드와 함께 전기차 아이오닉6가 생산된다.
자동화율이 89%에 달해 '스마트 로봇 공장'으로도 불린다. 제각각의 로봇이 3만여개 부품을 조립해 1대의 자동차를 생산한다.
전기차의 가장 중요한 부품인 배터리가 장착될 때도 로봇이 역할했다.
전기차 배터리 장착 라인에는 로봇들이 늘어서 있었다. 전기차가 아닌 쏘나타, 그랜저가 라인을 지날 때는 멈춰있다가 전기차 아이오닉6가 라인에 들어서자 가동하기 시작했다.
로봇은 무거운 배터리를 가볍게 들어 올려 아이오닉6 차체에 안착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두 차례에 걸쳐 8개의 볼트를 조이는 방식으로 차체에 배터리를 탑재했다. 이때 걸린 시간은 10여초에 불과했다.
로봇 작업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던 직원들은 로봇이 볼트 체결을 제대로 했는지를 꼼꼼히 확인했다.
로봇은 전기차 생산에만 투입되는 것은 아니었다.
공장 건물 안에 놓인 1개당 15∼20t 무게의 철판코일을 운반할 때, 자동차 차체를 완성하기 위해 용접을 할 때도 로봇이 활용됐다.
조립된 차체 점검도 로봇이 했다. 바닥의 마그네틱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로봇 십여대는 레이저를 쏘며 전방 물체의 움직임을 감지하며 차량 내외부를 하자여부를 검수했다.
현대차 아산공장 방문에 동행한 강경성 산업부 1차관은 "올해 1∼4월 수출 추이를 보니 정부와 업계가 더 노력하면 목표를 조금 더 (상향) 수정해도 될 것 같다"며 "전체 수출 7천억달러가 엄청나게 도전적인 목표였는데 달성할 수 있고, 7천억달러에 못미처더라도 사상 최대 수출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 모비스, 하이브리드로 캐즘 이긴다…코넥, 신속·정확으로 테슬라 잡았다
현대모비스는 전기차 캐즘에도 스마트모빌리티와 안전부품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 진천공장은 전장(차량용 전기·전자장비) 부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다소 둔화하면서 전기차 관련 부품 수주는 이전과 비교해 줄었지만, 하이브리드 관련 부품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진천공장 역시 분주한 모습이었다.
현대모비스 이준형 진천공장장은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나 모터는 동일하게 들어가기 때문에 이를 제어하는 반도체도 똑같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작년 1분기에 비해 25%가량 줄었지만, 하이브리드차는 46% 이상 등록 대수를 늘리는 등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당장 현대차는 전동화 추세에 맞춰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새로운 하이브리드 모델을 보강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방어하며 전기차 캐즘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충남 서산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 중견기업 코덱도 찾았다. 코덱은 내연기관에서 친환경 미래차로 사업재편에 성공한 기업이다.
2003년 회사 설립 후 내연기관용 변속기 케이스를 제조해온 이 회사는 2019년부터 정부의 사업재편 연구개발(R&D) 지원을 받아 전기차용 모터·감속기 케이스를 개발했다.
성과는 2년 뒤부터 나타났다. 2021년 미국 테슬라에 모델X용 고진공 부품을 납품하기 시작했고, 이듬해 테슬라 모터·인버터 사이드 케이스를 수주했다. 지난해는 1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오는 9월부터는 미국 텍사스 휴스턴 공장도 가동한다.
코넥이 전기차 대표업체인 테슬라를 공급처로 뚫을 수 있었던 것은 신속한 생산과 정확한 품질이었다.
김의열 코넥 전무이사는 "테슬라로부터 수주해 122일 만에 완제품을 보냈는데,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근무한 결과"라며 "미국 시간으로 낮에 숙제를 내면 한국에서 밤새 풀어 제출하는 식의 24시간 풀가동이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굴지의 전기차 회사가 인정한 기업이지만, 지방에 위치하다 보니 인력 확보가 어렵다는 애로도 털어놨다.
김 전무이사는 "서산에는 기차역 연결이 안돼 있어 아산·천안권보다도 인력 수급이 힘들다"며 "수도권 대학을 졸업한 젊은층이 오기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wi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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