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보험사 '실적부풀리기' 2분기 결산전 개선 가늠

입력 2024-05-26 06:07  

금융당국, 보험사 '실적부풀리기' 2분기 결산전 개선 가늠
연말 결산 전까지는 결론…보험개혁회의 신회계제도반서 대안 논의

(서울=연합뉴스) 이율 채새롬 기자 = 금융당국이 작년에 도입된 새 보험회계기준(IFRS17) 아래에서 이익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의 인식과 관련, 2분기 결산이 나오는 8월 이전에 제도개선 방향을 가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손해보험사들은 올해 1분기에도 줄줄이 사상 최대 이익행진을 이어가면서, '실적 부풀리기' 논란을 낳았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26일 "보험사들이 회계기준이 바뀐 것을 틈타 너무 자의적으로 가정을 적용해 미래에 생길 이익을 다 앞으로 끌어 쓰는 행태를 보이는 게 문제"라면서 "보험계약을 한 뒤 초기에 이익을 단기에 몰아넣는 것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어서 그 부분이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분기 결산이 이뤄지는 8월 전에는 개혁 방향이 가늠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연말 결산 전까지는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이달 초 출범한 보험산업 혁신을 위한 학계·유관기관·연구기관·보험회사·보험협회 협의체인 보험개혁회의 산하 신회계제도반을 중심으로 대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은 13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손해보험사 31곳을 중심으로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4% 늘어나면서 사상 최대 이익행진을 이어갔다.
여기에는 계리가정 산출의 기본원칙만 제시하는 IFRS17 제도하에서 보험사들이 자의적 계리가정을 적용하는 가운데 수익성 지표인 CSM을 단기에 확보하기 위한 장기인보험 출혈경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보험료 납입기간 동안 해지 시 환급금이 없는 대신 보험료를 최대 절반가량 낮춘 무·저해지 보험 판매 확대도 CSM 확보 등 단기성과 확대 수단으로 작용한 것으로 지목받고 있다.
무·저해지보험은 장기해지율 통계가 없는 가운데, 예상해지율을 높게 가정하고 가격을 인하해 고객을 끌어들인다. 실제 해지율이 예상보다 낮을 경우 해지율 차손 발생으로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더해 일부 보험사는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적립기준 변경에 따른 대규모 손실부담계약비용 환입 덕에 순이익이 급증하기도 했다. IBNR는 사고 발생으로 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지만 아직 청구되지 않은 부분이다. 보험사는 비용을 계산해 준비금(보험 부채)으로 적립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어느 선이 적정한 이익 시연 규모냐는 숫자로 정답을 내기는 어렵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컨센서스를 형성하는 과정"이라며 "회사별로 가정을 너무 자의적으로 한 경우 타격이 있을 테고, 보수적으로 했던 데는 별 영향이 없는 등 명암이 갈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보험시장의 보험계약은 보험만기가 종신 또는 100세 만기 등 초장기이고, 비갱신, 무저해지 구조로 IFRS17과 신지급여력비율(K-ICS) 도입 이후 보험사 재무성과가 계리가정에 매우 민감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지율, 손해율 등 여러 계리가정에 따라 수익성이 고무줄처럼 변경될 수 있는 구조다.
반면에, 독일이나 영국 등 유럽 보험사들은 저축·연금 등 투자형 상품이 주력상품이어서 보장성 상품은 보험계약 만기가 국내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고, 갱신형으로 판매돼 IFRS 도입에 따른 재무 영향이 크지 않다. 또 2016년 유럽 감독기준(Solvency Ⅱ) 도입으로 시가 제도가 정착됐다는 평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 전 충분한 준비기간이 있었고, 국내 보험산업의 특성을 고려했어야 함에도 금융당국의 안이한 대응이 실적 부풀리기라는 화근을 키웠다"면서 "실적 부풀리기를 막기 위한 명확한 기준 제시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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