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에 "中, 北·러시아와 밀착 경계해야…신냉전으로 전면적 갈등은 위험" 강조
"中, 이데올로기에 따라 선 그어선 안돼…개혁개방 초기 외교정책 견지해야"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 최고의 냉전사 전문가로 통하는 션즈화 상하이 화동사범대 종신교수는 "지난달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의 북한 방문은 국제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줬으며,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 간 밀착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션 교수는 27일 발행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중국 공산당 권력서열 3위인 자오 상무위원장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방북 직후 북한을 방문했다"면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그는 우선 "작금의 국제 정세를 보면 러시아가 북한과 매우 가까워진 걸 관찰할 수 있고, 중국과 미국 관계가 악화한 이후 한·미·일 3국이 군사적으로 긴밀해졌으며, 북방 삼각(중국·러시아·북한)과 남방 삼각(한국·미국·일본) 대립 패턴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렇게까지 가면 전면적인 갈등을 부르게 돼 위험으로 치달을 것"이라며 "중국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오 상무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11일부터 사흘간 방북해 '북중 우호(친선)의 해' 개막식에 참석했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도 만났다.
그의 북한행(行)은 작년 9월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이후 북한의 무기 지원과 러시아의 반대급부 제공 등으로 양국 관계가 강화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잦은 상호 방문으로 북·중·러 삼각 협력 강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뤄져 국제 사회 관심을 끌었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에 맞선 북·중·러 3국 간 공조 강화로 신냉전 구조가 고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대두돼왔다.
션 교수는 이어 러시아 문제와 관련, "푸틴 대통령이 코커서스·체첸·벨라루스·우크라이나 등에서 해온 일을 보면 러시아 제국 재건에 나서 과거의 영향력을 되찾고 싶어 한다는 걸 알 수 있다"면서 "이는 중국에 실질적인 안보 위협일뿐더러 미국과 서방도 반대하는 일"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런데도 중국과 미국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이라는) 공동의 적에 맞서 연대를 강화하는 형국"이라면서 "중국은 다른 나라에 동조하거나 이데올로기에 따라 선을 그어선 안되며 개혁개방 초기의 외교정책을 견지해야 한다는 게 내 견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중 관계에 대해 "1950년대 중국의 북한 주둔 인민해방군 철수로 김일성은 권력을 확고히 할 수 있었고, 북한은 이후 생긴 1960년대 중소 분쟁으로 생존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었으며, 그런 가운데서도 중국·북한·소련 3각 안보 구조는 변함이 없었다"며 "그러나 1970년대 미·중 관계 해빙으로 동북아 지형이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션 교수는 이런 해빙은 냉전 해체를 의미했다고 짚었다.
그는 "이후 중국과 소련은 한국과 수교했으나, 미국과 일본 등은 북한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그런 과정에서 불거진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이 필요해 한동안 진행됐지만 아직 해결되지 못했으며, 이제 미·중 관계가 경색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고 진단했다.
션 교수는 이 같은 상황에서 '신냉전' 구도 고착이 우려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냉전은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역사"라면서 "냉전을 통해 역사적 교훈을 제대로 배워야 하며 (냉전을 초래한) 이오시프 스탈린의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냉전에 대한 우려는 중국 최고 지도부에서도 나온다.
시 주석은 지난 6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파리 엘리제궁에서 정상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용해 제3국을 비방하거나 '신냉전'을 부추기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 주석은 지난 16∼17일 푸틴 대통령의 방중 때에도 미국과 서방을 겨냥한 경고성 메시지를 발신하면서도, 중·러 양국의 밀월이 신냉전으로 비치는 걸 경계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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