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안보는 코페르니쿠스 혁명…경제도 유럽식 규칙 필요"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을 국빈 방문 중인 에마뉘엘 프랑스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민족주의적으로 생각하거나 미국만 바라보는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유럽 공동 방위체제를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드레스덴 성모교회 광장에서 한 연설에서 "우리는 공동의 새로운 안보 개념을 구축해야 한다"며 "유럽인으로서 이는 코페르니쿠스 혁명에 버금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진정한 통일 혹은 통합은 우리가 스스로 국방과 안보의 틀을 확립할 때 완성된다. 이는 앞으로 몇 년 동안의 과제"라며 "그래서 우리는 몇 달 안에 유럽인으로서 이 틀을 재정의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유럽으로서는 행운이라면서도 "그들에게 항상 이런 노력을 요구하는 게 합리적인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를 가리켜 "20세기 최악의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제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유럽의 미래를 가지고 노는 권위주의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평화는 우크라이나의 항복이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합의한 평화조약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이게 바로 공동 방위와 안보를 구축하고자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경제 분야에서도 유럽이 미국·중국과 경쟁에서 주권적이고 독립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자강론을 폈다.
그는 "더 이상 순진하게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선호하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유럽식 규칙이 필요하다"며 "방위산업이든 다른 분야든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내달 유럽의회 선거와 관련해서는 "유럽 전역에 권위주의 바람이 불고 있으므로 우리는 깨어나야 한다. 이 나쁜 바람을 몰아내려면 모든 나라에서 헌신을 다시 발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약 1만5천명의 청중에게 프랑스어와 독일어로 번갈아 연설하며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 이곳에 왔을 때는 동독이 여전히 존재했다. 독일 통일 이후 프랑스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드레스덴에서 연설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이후 24년 만에 프랑스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독일을 국빈 방문했다. 이날 오전에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함께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기념비를 찾아 참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는 28일 뮌스터에서 유럽 통합에 기여한 인물에게 주는 베스트팔렌 평화상을 수상한다. 마크롱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양국 장관들이 참석하는 확대 정상회담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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