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가능성 배제 못해"…발트3국도 불씨 살려둬
'러 본토 공격 허용' 주장도 속속 등장
(베를린·브뤼셀=연합뉴스) 김계연 정빛나 특파원 =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전쟁에서 연일 밀리면서 유럽 파병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불 지핀 파병론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대부분 동맹국이 손사래를 치면서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당시에도 다소 모호한 입장을 내비쳤던 폴란드와 발트 3국 등 러시아 인접국은 최근 파병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여러 경로로 전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폴란드 일간 가제타 비보르차 등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파병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우리의 의도를 추측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베우 브론스키 폴란드 외무부 대변인은 이 발언에 대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미래에 그러한 상황(파병)을 배제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발트해 연안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도 파병 가능성을 살려두고 있다.
독일 매체 슈피겔에 따르면 발트 연안국 의원들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황이 극도로 악화할 경우 러시아군이 국경에 접근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슈피겔은 지난 16∼18일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열린 안보 콘퍼런스에서 이들이 독일 정부 대표단에 서방의 미온적 지원에 대해 경고하며 이같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이들 발트 3국은 옛 소련의 지배를 받다가 1990년대 독립한 뒤 적극 친서방 정책을 폈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다음 목표는 발트 연안국들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아직은 유럽연합(EU)이나 나토 내부적으로 이견이 팽팽한 것으로 보인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열린 EU 국방장관회의에서 군사훈련을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서 하는 방안에 관한 토론이 오갔지만 "명확한 공통된 EU 입장은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회원국 간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나로선 내일 당장 (훈련을) 한다는 의견일치가 있었다고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모든 것은 변하는 법"이라고 여지를 뒀다.
나토는 파병론에는 명확히 선을 긋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 EU 국방장관회의에 앞서 취재진과 문답 과정에서 "우리는 나토 전투병력을 우크라이나에 보내려는 어떠한 계획도 갖고 있지 않으며 전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파병론이 식지 않는 것은 우크라이나가 서방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도록 허용해달라고 호소하는 등 악화하는 전황을 뒤집을 방안이 점점 절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서방이 지원한 무기 사용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우크라이나 주장에 연일 힘을 싣고 있다.
이 제안에 대해서도 유럽 각국 사이에 찬반이 엇갈린다.
보렐 고위대표는 이날 EU 국방장관회의에 앞서 취재진에게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 제안에 찬성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고 네덜란드·에스토니아 국방장관도 동조했다.
그러나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몇 개국이나 무기 사용제한을 해제하겠다고 밝혔느냐'는 질문에 "딱 잘라 몇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몇몇은 명시적으로 제한을 풀겠다고 밝힌 반면 '일단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하는 등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회원국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상황이 변화하면 사람들 (생각도) 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6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베를린에서 열린 민주주의 축제에서 "지금까지 인도한 무기와 관련해 우크라이나와 합의한 규칙이 작동하고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유럽 전문매체 유락티브가 전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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