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석에도 과반 안된 거대양당 사이에서 '입법 결정권'…커원저 존재감 과시
(타이베이·서울=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인교준 기자 = '여소야대' 대만 입법원(의회)에서 라이칭더 신임 총통을 견제할 수 있는 의회개혁법이 통과된 것과 관련, 제2야당 민중당의 캐스팅보트 역할이 부각됐다고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이 29일 보도했다.
의회개혁법은 전날 밤 재석의원 103명 가운데 58명 찬성으로 가결됐다.
전체 113명 의원 가운데 집권 여당 민주진보당(민진당)은 51명, 제1야당 국민당은 52명으로 절반을 넘기지 못한 상황에서 무소속 2명을 제외한 8명 의원이 소속된 민중당은 '캐스팅보트 역할'을 일찌감치 예고한 바 있다.
커원저 민중당 주석은 "의회개혁법안 내용 대부분이 과거 민진당이 주장해왔던 것들에 기초한 것으로 대만 헌법을 훼손하거나 정부 업무를 방해하지 않는다"고 강조해 주목받았다.
이에 대만 총통부의 궈야후이 대변인은 "대만 사회가 기대하는 합의가 아니다"라면서 "행정원은 절차에 따라 헌법 해석을 청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만 입법원을 통과한 의회개혁법은 라이 총통이 헌법 해석을 제안할 지 등을 결정하는 차후 절차를 거쳐 시행 여부가 확정될 것이라고 자유시보는 전했다.
행정부 기능을 축소하고 의원과 의회 권한을 크게 강화한 의회개혁법은 차후 사사건건 라이 총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선택사항이던 총통의 의회 국정연설을 의무화하고 총통이 의원 질문에 답변토록 했으며 의원에게 기밀문서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고 공무원이나 민간인을 공청회에 소환할 수 있도록 해 입법원의 수사적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중국의 군사·안보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국방비 지출을 포함한 정부 예산에 대한 입법원의 통제 권한이 커져 차이 총통의 집권 민진당 정부에 크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친중국법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막 출범한 라이칭더 정부는 의회개혁법을 시작으로 한 민중당의 '캐스팅보트 파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중당은 창당 후 처음으로 치렀던 2020년 입법위원 선거에서 5석을 얻었을 때만 해도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당시 집권 민진당이 과반인 61석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월 13일 치러진 선거에서 민중당은 이전보다 불과 3석을 늘린 8석을 차지하는데 그쳤지만, 거대 양당이 과반에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 몸값이 치솟았다.
친미·독립 성향 민진당과 친중 세력 국민당 간 경제·안보 이슈 대립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앞으로 민중당의 캐스팅보트 파워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 내에선 민중당이 차기 집권 세력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이 캐스팅보트를 바탕으로 입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커원저 주석이 잠룡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나가는 행보를 한다면 자연스럽게 '차기 집권 세력'으로 입지를 넓힐 것이라는 얘기다.
jinbi100@yna.co.kr,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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