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미국 하버드 대학교는 그간 캠퍼스 내 가자전쟁 반대 시위로 혼란에 휩싸이면서 앞으로는 '학교 밖' 문제에 입장을 표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하버드대가 사회 문제에 대한 언급을 대폭 줄이라는 교수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대학의 핵심 기능'과 관련 없는 문제에 대해 더는 입장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권고안이 시행되면 하버드대는 과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나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에 대해 해왔던 것과 달리 앞으로는 공식 성명을 내지 않게 된다.
권고안은 대학이 어떤 현안에 대해 공식 성명을 발표하면 특정 사안에 대해 다른 것보다 더 관심을 쏟는 것처럼 비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어떤 사안도 서로 상충하는 관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공식적인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일부와 연대 의사를 표현함으로써 다른 구성원을 소외시킬 위험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권고안을 마련한 교수위원회 공동 대표를 맡은 노아 펠드먼 교수는 교내 신문인 하버드 가제트와의 인터뷰에서 "하버드는 정부가 아니다"며 "외교 정책이나 국내 정책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하버드대의 이번 권고안은 대학이 정치나 사회 문제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다른 대학에서 제기된 '제도적 중립성'과는 일부 차이점이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앞서 스탠퍼드대 등 일부 대학들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제도적 중립성 원칙을 채택한 바 있다.
펠드먼 교수는 하버드의 권고안이 다른 대학들이 추진하는 제도적 중립성 원칙과 비슷하지만, 차이점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학문적 가치를 훼손하려는 세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필요성이 있고, 이런 점에 대해서는 중립적이지 않고 그럴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립대 기부금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을 사례로 들며 "이런 계획에 반대하는 것은 대학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버드대에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여파로 캠퍼스 내 반전 시위가 불거지면서 홍역을 앓았다. 역사상 첫 번째 흑인 총장으로 주목받았던 클로딘 게이는 반(反)유대주의 논란 등으로 취임 5개월여만에 자진 사임했다.
지난 23일 졸업식에서는 가자 전쟁 반대 시위에 가담했던 학생 13명에 대해 학위를 수여하지 않겠다는 학교 방침에 반발한 졸업생들이 집단 퇴장하기도 했다.
펠드먼 교수는 다만 변화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미학자협회(NAS) 피터 우드 회장은 "제도적 중립성이라는 것은 없다. 정치적으로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대학은 그동안 늘 해왔던 대로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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