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조원 거래 규모 추정…구리 관심 속 몇 차례 수정 제안에도 무산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호주의 세계 최대 광산 기업 BHP 그룹이 약 500억 달러(약 69조 원) 규모의 영국 동종업체 앵글로 아메리칸 인수 계획을 포기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광산 거래를 통해 기대되던 세계 최대 구리생산업체의 탄생도 불발됐다.
BHP 그룹은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증시 상장사인 앵글로 아메리칸 측과 합의에 이르지 못해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뜻을 발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BHP는 이번 거래로 인해 발생하는 규제 위험 및 비용을 처리하는 방법을 놓고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추가 제안을 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BHP의 발표는 협상 마감 시한을 채 1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졌고, 이에 앞서 앵글로 아메리칸 측도 협상 시한을 추가로 연장할 필요가 없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앵글로 아메리칸 측은 이번 협상 과정에서 자사의 가치가 과소평가 되면서 주주 이익이 침해되고 있다며 BHP의 첫 인수 제안은 물론 수정안에 대해서도 거부해 왔다.
이번 협상은 지난달 하순 BHP의 인수 제안이 알려지고 이후 두 업체 간 공개적인 신경전 속에 펼쳐져 업계의 관심을 끌었으나 결국 무산됐다.
BHP가 이번 인수에 나선 데는 구리 자원이 더욱 주목을 받게 되면서 글로벌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차원에서 비롯됐다.
구리는 세계의 탈탄소화 추세 속에 전기차, 전력망, 풍력 터빈 등의 산업에 두루 쓰이는 데다 인공지능(AI)의 사용범위가 확대되면서 수요는 더욱 늘고 있다.
BHP로서는 현재 약 120만t의 구리를 생산하는데 앵글로 아메리칸의 약 83만t을 더하면 약 1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세계 최대 구리 공급업체가 될 수 있었다.
107년 역사의 앵글로 아메리칸은 칠레와 페루에 대규모 구리 광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의 약 30%를 구리가 차지하고 있다.
앵글로 아메리칸은 수익성 좋은 구리 광산 때문에 오랫동안 주요 업체들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복잡한 구조와 틈새 상품의 특이한 혼합으로 인해 실제 인수합병 거래는 성사되지 않고 있다.
이날 앵글로 아메리칸 주가는 3.1% 하락했지만 지난달 하순 인수 협상 소식이 알려지기 전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같은 기간 구리와 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은 상승했다.
BHP 그룹 주가도 이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약보합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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