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사용 우주 발사체 개발·라그랑주점 태양 탐사선 추진

입력 2024-05-30 17:12  

재사용 우주 발사체 개발·라그랑주점 태양 탐사선 추진
나로우주센터 내 민간 로켓 발사장·제2 우주센터 구축
우주산업 주력 산업화 목표…우주청, 국가우주위 보고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우주항공청이 새로운 우주 임무로 여러 번 발사할 수 있는 소형 재사용 발사체 개발과 지구로부터 38만㎞ 떨어진 제4 라그랑주점(L4) 탐사를 선언했다.
윤영빈 우주청장은 30일 경남 사천 우주청 임시청사에서 열린 제1회 국가우주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의 우주항공청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우주청은 '우주항공을 향한 도전, 대한민국의 세 번째 기적 창조'를 비전으로 내걸고 우주항공 5대 강국 실현과 국가 주력 산업화를 위한 수송, 위성, 탐사, 항공 등 4대 우주항공 기술 분야와 산업, 혁신, 국제협력 등 3대 기반 분야별 추진전략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 저궤도용 재사용발사체 개발하고 L4 탐사 담은 우주탐사 로드맵 발표
우주 수송 분야에서는 고도 500㎞ 저궤도에 500㎏ 크기 위성을 실어 올릴 수 있는 성능을 갖춘 재사용 발사체를 새로 개발한다.
기존에는 차세대 발사체 사업에서 재사용 발사체에 필요한 기술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는데, 새로운 발사체를 따로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반복 발사가 진행 중인 누리호는 위성 탑재 능력을 높이기 위해 성능개량을 추진하고 나로우주센터 내 민간 로켓 발사장과 제2 우주센터 구축에도 나선다.
노경원 우주항공청 차장은 제2 우주센터 관련 "아직 장소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며 "기존 발사장이 한계를 가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민간 수요를 감안해 육상이건 해상이건 건립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탐사 분야에서는 라그랑주점에 태양 관측 탐사선을 보내는 것을 새 목표로 담은 우주탐사 로드맵을 수립해 발표하기로 했다.
라그랑주점은 태양과 지구 중력이 균형을 이뤄 중력이 0에 가까워지는 곳으로 연료를 아낄 수 있어 우주탐사에 적합한 장소로 꼽힌다. 총 다섯군데로 이중 L4는 태양과 지구와 정삼각형을 이루는 꼭짓점 중 하나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으나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대상에서 탈락했던 아포피스 소행성 탐사도 재검토해 추진전략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포피스는 2029년 지구에 최근접 하는 소행성이다.
위성 분야에서는 15㎝ 물체를 구분하는 초고해상도 위성, 차세대 통신위성 등을 개발하고 우주광통신과 우주인터넷 등 기술 확보에도 나선다.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운영에 필요한 '국가항법정보체계기본법' 제정을 지원하고 민간 위성정보 활용 산업 육성에도 나선다.
항공 분야에서는 하이브리드 미래항공모빌리티(AAM) 개발과 상용화 기술을 확보하고 대형 가스터빈 엔진을 민군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군용기와 무인기도 민수화를 추진하고 국제공동개발사업에 참여하며, 항공기 관련 기술을 확보해 산업생태계도 고도화하기로 했다.



◇ 정책 구체화할 부문장 선임 완료…기존 사업간 교통정리도 필요
이번 재사용 발사체 개발과 L4 탐사 발표는 발사체 연구자 출신인 윤영빈 우주항공청장과 과거 L4 탐사를 우주청 임무로 제안했던 존 리 우주항공임무본부장이 임명되면서 예고됐던 수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스페이스X가 재사용 발사체 '팰컨9'로 우주 발사체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누리호나 차세대 발사체 등 일회용 발사체로는 발사 효율성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만큼 새로운 발사체를 개발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경원 차장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전브리핑에서 "정책방향 발표 후 더 구체적인 것을 만드는 작업을 할 것"이라며 "기존 것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혹은 기존과 차별화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 방향을 구체화할 우주항공임무본부 내 부문장 4명은 선임이 완료됐으며 인사 검증 등 마무리 단계를 거치고 있다고 노 차장은 설명했다.
누리호 고도화나 아포피스 탐사의 경우 이미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떨어진 사업이란 지적에 대해 노 차장은 "예타에서 떨어졌거나 과기정통부가 추진했던 부분들은 새 방식으로 어떻게 탐사할 수 있을지 검토할 것"이라며 "부문장들이 하반기에 기획해 새로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재사용 기술 개발이 차세대 발사체 사업에 포함된 만큼 신사업들과 기존 사업 간 교통정리도 필요할 전망이다.
노 차장은 차세대 발사체와 같은 기존 정부주도 사업과 달리 재사용 발사체는 민간에 맡겨 위험을 감수하는 형태의 사업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차장은 "정부 주도로 할 때는 공공 부문의 태도가 위험도를 가능한 낮추려는 데 있지만, 민간에서는 국제적 경쟁을 위해 위험도를 높여서 진행하게 된다"며 "재사용 발사체도 그런 방향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 우주항공 국가 주력산업 육성…국제협력 전략계획도 수립
이외에도 우주항공청은 우주항공 경제 창출을 위해 민간 주도 생태계를 구축하고 우주산업을 국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산업 분야에서는 창업과 강소기업 육성 사업을 새로 지원하고 펀드 투자를 확대한다.
또 전담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해 규제 개선과 수출을 지원하고 우주항공 삼각 클러스터 조성에도 주력한다.
우주항공 분야 민간 대상 조달과 민간이 주관하는 우주항공사업을 위한 절차와 제도도 정비하기로 했다.
우주항공청이 정책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위상이 강화된 국가우주위원회를 운영하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은 민간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연구는 민간에서 하기 어려운 분야 등에 집중하기로 했다.
우주개발진흥법, 항공우주산업개발촉진법 등을 정비하고 정부 투자도 늘리기로 했다.
또 한국형 우주상황인식시스템 체계를 구축하고 '우주안전 기본계획'도 수립하기로 했다.
우주 분야 국가 간 협력은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참여하며 미국의 '문투마스' 등 대형 국제협력 우주탐사 계획과 항공기 공동개발 등에 참여한다.
국제심포지엄 등 교류 행사도 열고 국제협력을 위한 전략계획도 수립하기로 했다.

shj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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