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국가와 우크라군 훈련하는 교관 합동 파견 추진
내달 초 젤렌스키 프랑스 방문 때 발표 예상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우크라이나 파병론에 불을 붙여 논란을 일으켰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훈련 교관을 우크라이나에 보낼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30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 프랑스 정부가 뜻을 같이하는 유럽 국가들과 연대해 이른바 '훈련 교관 연합'의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프랑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내달 6∼7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할 때 관련 내용을 발표할 수 있도록 며칠 내에 관련 협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 보도대로라면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에 서방 군대를 파견하는 방안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한 이후 3개월 반 만에 실질적인 계획의 윤곽이 공개되는 셈이다.
전투병은 아니지만 우크라이나에 훈련 교관을 파병한다는 얘기는 최근 우크라이나 측에서 구체적으로 새어 나왔다.
지난 27일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프랑스군 교관의 우크라이나군 훈련소 방문을 허용하는 문서를 결재했다고 밝혔다.
이후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현재 이 문제와 관련해 프랑스 및 기타 국가와 계속 논의 중"이라며 한 발 물렀으나, 훈련 교관 파병이 '빈말'이 아니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튿날 "나는 루머나 결정되지 않은 일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 측 발표가 "불행한, 조율되지 않은 것"이었다고 유감을 표했으나 교관 파견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르몽드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의 훈련 교관 연합은 1단계로 수십 명의 전문가를 우크라이나에 파견해 훈련 수요를 파악하고 2단계로 수백 명의 정예 군인을 파견해 지뢰 제거 요원이나 차량화 여단을 훈련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독일은 교관을 포함한 병력을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는 데 매우 신중한 태도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구상엔 여러 국가가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르몽드는 전망했다.
앞서 가브리엘리우스 란츠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 이미 자국 교관들이 우크라이나에 배치돼 있었다며 "우리는 프랑스가 주도하는 연합에 합류해 우크라이나에서 군인을 훈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도 이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와의 전쟁에 휘말리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 교관 중 누군가가 그곳에서 러시아의 공격에 다친다 해도 병력을 보낸 사람들이 '5조(나토의 집단방위조항)에 따라 러시아를 폭격하자'고 말하는 건 상상할 수 없다"며 "(나토는)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집단방위조항을 이유로 파병안을 아예 제외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르몽드는 일부 유럽 국가엔 우크라이나에 훈련 교관을 파병하는 것이 유럽연합(EU)이 2022년 가을 시작한 '군사훈련미션'(EUMAM)의 자연스러운 확장이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EUMAM은 자국군을 훈련해달라는 우크라이나 측 요청에 따라 2022년 11월부터 EU가 폴란드 등 여러 회원국이 자국 내에서 마련한 우크라이나군 훈련 프로그램이다. 현재 EU 회원국 24곳과 노르웨이에서 우크라이나군이 훈련받고 있다.
현재까지 약 15개 여단에 해당하는 5만2천명의 우크라이나 군인이 지상 전투·지뢰 제거·생화학 테러 위협 대응·장비 유지보수 기술 등을 배우고 돌아갔다.
프랑스 육군 참모본부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만 1만2천명 이상의 우크라이나군이 훈련받았고, 올여름까지 8천명이 추가로 훈련받을 예정이다.
르몽드는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군인을 훈련하는 게 효율적일 뿐 아니라 이동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부분의 우크라이나군은 폴란드나 독일, 영국에서 훈련받고 있는데, 이는 물류 측면에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고 우크라이나군의 가용성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가 최전방에 배치된 병사를 빼내 해외에서 하는 훈련에 참여시키는 걸 꺼린다고 르몽드는 전했다.
실제 지난해 가을 프랑스에서 실시되려던 우크라이나군 훈련은 우크라이나 참모본부가 보내는 병력이 적어 한 달 연기됐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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