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장녀' 연대, 구지은 부회장 밀어내
내주 대표이사 새로 선임…매각에 속도 붙나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아워홈 창업자인 고(故) 구자학 회장의 장남과 장녀 연대가 막냇동생인 구지은 부회장을 밀어내고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7년여간 끌어온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다.
그러나 남매간 진흙탕 싸움으로 회사 이미지가 추락하고 구지은 부회장이 추진해 온 글로벌사업, 푸드테크 등에 차질이 생기면서 아워홈 성장세가 꺾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경영권을 차지한 장남과 장녀 연대가 아워홈을 사모 주식펀드(PEF)에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노동조합과 갈등이 깊어질 수 있고 남매들 간 경영권 분쟁이 다시 점화할 가능성도 있다.
◇ 오너가 네 남매, 경영권 놓고 7년간 '진흙탕 싸움'
31일 열린 아워홈 임시주주총회와 지난달 열린 주총에서 새 사내이사 세 명이 선임되면서 구지은 부회장 연임이 무산됐다.
새 사내이사는 오너가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의 장남 구재모씨, 오너가 장녀 구미현씨와 그의 남편인 이영열씨다.
구지은 부회장은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면서 다음 달 3일 임기 종료로 이사회를 떠나게 된다.
장남과 장녀가 연대해 막냇동생을 이사회 밖으로 밀어낸 것이다.
구지은 부회장은 지난 2021년 6월 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자리를 비우게 되자 아워홈 경영에 나섰다.
아워홈은 지난 2020년 구본성 전 부회장 경영체제에서 코로나19가 닥쳐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냈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복운전 혐의로 피소돼 2021년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때 구지은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이후 아워홈은 실적 개선추세를 보이며 지난해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8% 증가한 1조9천835억원으로 2조원에 근접했고, 영업이익은 943억원으로 76% 늘었다.
아워홈의 이런 '변신'에는 구지은 부회장이 핵심 과제로 삼은 글로벌 사업 확대와 푸드테크 강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호실적에 따라 아워홈은 이달 초 임원을 제외한 직원들에게 1인당 최대 1천190만원의 혁신 성장 격려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워홈은 오너가 네 남매가 98%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어 언제든 다툼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네 명의 보유 지분 규모를 보면 구본성 전 부회장 38.56%, 장녀인 구미현씨 19.28%, 차녀 구명진씨 19.6%, 막내인 구지은 부회장 20.67% 등이다.
아워홈 오너가 남매간 갈등은 지난 2017년 촉발돼 7년간 이어져 왔다.
이 과정에서 장녀 구미현씨가 '캐스팅 보트'를 쥐고 오빠와 막냇동생 사이를 오가며 편을 들었다.
세 자매가 손을 잡지 않으면 오빠에게 맞설 수 없는 구조이지만, 구미현씨와 구지은 부회장은 지난해 주총에서 배당 문제를 두고 사이가 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구미현씨는 2022년 아워홈 순이익(283억원)의 1.6배인 456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하라고 요구했으나, 주총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구미현씨는 2017년에는 전문경영인 선임과 관련해 오빠 편을 들었다. 이후 2021년 '남매의 난' 때는 막냇동생의 손을 들어줬다가 3년 만인 지난 달 주총과 이번 임시주총에선 다시 오빠 편에 섰다.
◇ 장남-장녀 연대, 이사회 장악…아워홈 매각 급물살 타나
'장남-장녀' 연대가 장악한 이사회는 앞으로 회사 매각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구미현씨가 대표이사직에 오르기를 자처한 것도 매각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구미현씨는 지난 2022년 구본성 전 부회장이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했을 때도 오빠와 의견을 같이하면서 동반 매각을 시도하기도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장남-장녀 연대가 대형 사모펀드 운영사와 지분 매각을 논의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아워홈은 다음 주 중 이사회를 열어 대표이사를 선임한다는 방침이다. 대표이사 선임 후 매각 작업에는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한편에서는 구본성·구미현 남매가 경영권을 차지했지만,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구미현·명진·지은 세 자매가 지난 2021년 의결권을 함께 행사하기로 한 협약이 발목을 잡을 수 있어서다. 구미현씨가 오빠 편에 서면 이 협약을 어기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구미현씨에게 부과될 위약금이 최대 1천2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한다.
아워홈은 2000년 LG유통 식품서비스부문을 분리 독립해 만든 식자재 유통·단체급식 기업이다.
아워홈 노조는 지금껏 장남과 장녀가 사익만 추구해 왔다며 장남-장녀의 이사회 장악에 반발하는 모양새다.
지난 2004년 아워홈에 입사해 경영에 참여해온 구지은 부회장과 달리 구미현씨는 지금껏 경영에 참여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노조는 경영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아워홈 노조는 이날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어 "회사 성장에 전혀 관심이 없고 경영에 무지한 구미현, 이영열 부부는 사내이사에서 즉시 사퇴하고 대주주에서 물러나라"며 "아워홈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오너들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s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