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호주 국방의 '방향에 우려 없다' 발언에 한화측 고무"
주요 주주, 회사 평가가치에 불만…美사모펀드 인수 나설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한화오션이 호주 방산 조선업체 오스탈(Austal) 인수를 추진 중인 가운데 이번 인수 건이 보안상의 우려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 한화 쪽에서는 인수를 통해 오스탈이 더 좋은 함정을 건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엄격한 심사에 직면해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앞서 지난달 초 로이터통신은 오스탈이 한화오션으로부터 10억2천만 호주달러(약 9천억 원)에 매각 제안을 받았으나 거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오스탈 측은 호주나 해외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를 들었으나, 한화가 거래 승인에 대한 확실성을 제공할 수 있다면 이 제안을 더 고려해볼 수 있다고 여지를 남긴 바 있다.
FT에 따르면 오스탈 이사회는 지난해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을 근거로 한화 측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어 10억 호주달러를 제시한 지난 3월의 두 번째 제안은 호주와 미국의 "방위 계약 관련 소유권 조항" 탓에 현실적으로 양국에서 승인될 가능성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스탈은 두 개의 조선소를 갖고 있으며 미국 해군에도 납품한다.
호주 서부 퍼스 근교에 있는 오스탈의 핸더슨 조선소는 111억 호주달러(10조2천억 원)의 추가 투자를 통해 해군 함대 규모를 배로 확대하려는 호주의 계획에 필수 시설로 간주된다.
오스탈 측의 부정적인 반응에도 호주 국방장관 리처드 말스가 이달 초 호주 캔버라에서 한국 카운터파트와 만난 뒤 "(호주) 정부 관점에서, 우리는 한화가 이 방향으로 움직이는 데 아무런 우려도 없다"고 말해 한화 측이 고무됐다고 FT는 전했다.
한화오션의 해군 조선사업 책임자인 이용욱 특수선사업부장은 FT에 인수가 이뤄질 경우 중국 해군에 맞설 수 있도록 호주의 함정 생산 역량을 향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스탈은 알루미늄 선박 건조 전문으로 여객용 페리 건조에는 좋지만 중국 전함 상대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호주의) 주권과 관련한 요구 사항을 충족하고 호주에 선박 설계 노하우와 생산 능력을 이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스탈은 지난해에 116억 호주달러(10조7천억 원) 상당의 주문을 받았다. 시가총액은 10억 호주달러(9천200억 원)에도 못 미친다.
부실 자산 전문인 미국 사모펀드 서버러스(Cerberus)도 인수 경쟁에 나설 후보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오스탈 주요 주주인 체스터 에셋 매니지먼트의 공동창업자 앤서니 캐버너는 "입찰 전쟁이 시작될 수도 있다"며 받아놓은 주문량을 볼 때 최신 현금 제시액인 주당 2.82 호주달러보다는 더 높아야 하며 주당 4 호주달러에 가까워질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오스탈 지분의 약 20%를 보유한 최대주주 측도 한화의 제안이 회사의 가치를 상당히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한화가 호주 정부와 방산 사업을 진행 중이어서 양측에 우호적 관계가 조성돼 있기는 하지만, FT는 금융계 인사의 말을 인용해 호주 외국인투자심사위원회(FIRB)를 포함한 "긴 여정"의 규제장벽들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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