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플랫폼·AI 법안 어떻게?…IT업계 촉각

입력 2024-06-02 05:51  

마이데이터·플랫폼·AI 법안 어떻게?…IT업계 촉각
마이데이터 확대 추진에 스타트업 위축될까 불안
플랫폼·AI 과도한 규제 가능성도 우려…"실정에 맞는 접근을"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노재현 기자 = 22대 국회가 지난달 30일 개원하면서 IT(정보기술) 업계는 조만간 추진될 각종 IT 관련 법안의 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개인정보위원회가 '마이데이터'(개인정보 전송요구권) 정책의 확대를 추진하자 IT 업계는 스타트업들에 타격이 클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국회에서 플랫폼, 인공지능(AI) 규제 관련 법안이 다시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내 IT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입법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 마이데이터로 스타트업 위축 우려…"혁신 생태계에 영향 없어야"
IT 업계에 '발등에 떨어진 불'은 정부의 마이데이터 확대 정책이다.
개인정보위는 마이데이터를 내년 보건의료, 통신, 유통 분야에 적용하는 등 단계적으로 전 분야에 확대하기 위해 지난 5월 1일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뒤 의견을 받고 있다.
그러자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는 지난달 23일 국민참여입법센터를 통해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
또 인기협과 개인정보보호법학회, 벤처기업협회,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여성벤처협회 6개 단체는 오는 4일 시행령 개정안에 관한 우려 사항과 정책 방향을 놓고 긴급 토론회를 연다.
이같은 움직임은 마이데이터가 확대가 스타트업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된다.
마이데이터 제도에 참여하게 될 사업자들이 정보를 주고받으려면 별도의 서버 등 운영비를 부담해야 하는데 지불능력이 적은 스타트업들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연간 매출액이 1천500억원 이상이거나 정보주체 수가 100만 명 이상인 통신판매업체, 통신판매중개업체에 마이데이터가 적용된다.
인기협은 "스타트업 기업이 막대한 비용의 마이데이터 서버를 유지·관리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며 "낮은 진입 장벽을 통해 혁신 사업을 선도해야 하는 영역의 경우 마이데이터 도입을 신중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벤처창업학회장을 지낸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마이데이타 확대는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하다"며 "스타트업 혁신의 생태계가 영향을 받지 않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IT업계, 플랫폼법 재입법 우려…AI법도 규제 문제가 쟁점될 듯
IT업계는 21대 국회에서 무산된 플랫폼 법안이 다시 논의될 가능성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16일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도입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데다 국회 과반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도 플랫폼법 도입에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을 2022년 정기국회의 민생 입법 과제 가운데 하나로 추진했지만 플랫폼 업계가 반발하고 윤석열 정부 출범 뒤 자율규제를 우선 추진하는 쪽으로 선회하면서 처리를 미뤄야 했다.
이후 공정위가 작년 12월 독점력을 가진 핵심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고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을 감시하는 내용의 플랫폼법을 추진했다가 업계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21대 국회에서 입법이 무산됐다.
플랫폼업계는 현행 공정거래법이나 심사 지침으로도 충분히 규제할 수 있는 상황에서 토종 플랫폼에 대한 과도한 이중 규제로 국내 디지털 산업 경쟁력이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작년 12월 공정위가 추진한 플랫폼법에 대해 "스타트업 업계를 이중, 삼중으로 옥죄는 규제가 될 것"이라며 "회사가 성장하면 더 많은 규제로 활동이 어려워질 테니 현행 수준을 유지하라는 '전족'(纏足) 같은 조치"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유럽연합(EU)의 플랫폼 법률을 참고해 우리나라에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EU의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졌다"며 "우리나라는 유럽과 달리 네이버[035420], 카카오[035720], 배달의민족 등 토종 플랫폼이 많은 만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와 정부는 미국처럼 거대 빅테크를 진흥할 것인지, 아니면 이용자 보호가 우선인지 철학을 먼저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입법의 목적과 방향성, 그리고 국민 정서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각국이 미래 먹거리로 여기면서도 일자리 감소 등 위험성도 거론되는 인공지능(AI)를 둘러싼 입법 논의도 민감한 부분이다.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신뢰 확보에 관한 법률'(AI기본법)이 작년 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지만 상임위에서 1년 넘게 계류됐다가 폐기됐다.
IT업계는 AI 산업의 기본적 사항을 규정하고 진흥의 토대를 만드는 취지의 AI기본법에는 긍정적이지만 규제가 강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걱정하는 분위기다.
IT업계는 한국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처질 것을 우려하며 AI기본법에서 '우선 허용·사후 규제' 원칙을 원하지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대가 컸다.
지난달 EU가 세계 최초로 AI 규제법 시행을 확정하는 등 세계적으로 관련 입법이 추진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우 규제가 AI 산업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유럽을 벤치마킹해 규제에 방점을 둔 AI 법률을 만들기보다 우리나라에 적합한 입법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며 "AI 산업의 발전을 위한 법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harrison@yna.co.kr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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