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그랜트 '마차 과속운전'으로 체포된 이력 언론보도에 소개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추문 의혹 입막음돈 제공 관련 회사 기록 조작 건으로 유죄 평결을 받은 가운데, 150여년 전 현직 미국 대통령이 체포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첫 유죄 평결을 받은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됐지만 앞서 제18대 대통령이었던 율리시스 그랜트(1869∼1877년 재임)가 '마차 과속 운전'으로 재임 중 체포됐다는 사실이 지난 세기 초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고 WP는 소개했다.
남북전쟁 북군 사령관으로서 승리를 이끌며 얻은 명성을 발판으로 최고 지도자 자리까지 오른 그랜트는 현직이던 1872년 어느 날 워싱턴 D.C.에서 마차를 타고 과속하다 체포된 이력이 1908년 9월 27일자 '워싱턴 이브닝 스타'지에 소개됐다.
이 보도에 따르면 남북전쟁에 참전했던 흑인 경찰관 윌리엄 H. 웨스트가 한 여성과 그녀의 자녀가 마차에 받혀 심하게 다친 사건을 계기로 '과속 마차'에 대한 민원을 접수한 뒤 조사를 벌인 것이 발단이었다.
조사 과정에서 웨스트는 별건의 '과속 마차'들에 대한 조사 및 단속을 벌였는데, 그 중 하나가 그랜트 당시 대통령이 몰던 마차였다는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웨스트는 손을 들어 그랜트 당시 대통령의 마차를 멈추게 했고, 그랜트는 "경관, 나한테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웨스트는 "대통령님, 나는 당신이 이 길에서 과속으로 법을 위반하고 있음을 알리길 원합니다"라며 "당신의 과속은 다른 많은 신사에게 전례를 만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랜트는 사과했고 당일은 체포 없이 넘어갔으나 다음날 재차 과속으로 마차를 몰다가 적발됐다.
'강직한' 웨스트는 그랜트에게 "죄송합니다. 대통령님. 당신은 이 나라의 수장이고 나는 경찰관에 불과하지만 임무는 임무입니다. 나는 당신을 체포해야 되겠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기록했다.
이 같은 드라마틱한 대화가 실제 이뤄졌는지는 불확실하지만 그랜트 당시 대통령에 대한 체포가 이뤄진 사실은 당시 워싱턴 D.C. 경찰 책임자 진술 등을 통해 뒷받침된다고 WP는 전했다.
그랜트 당시 대통령은 '과속'을 한 다른 친구들과 함께 웨스트를 따라 경찰서까지 갔으나 법정에 서지는 않았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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