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스라엘 당국자 "2개사단 투입 보류 후 참수작전·인질구출 병행"
바이든 '레드라인' 설정 이후 양국 전략협의그룹 통해 폭넓은 논의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이스라엘이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를 친다는 계획을 접고 제한적 침투작전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민간인 보호 대책이 없는 대규모 지상전은 용납할 수 없다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레드라인'을 넘지 않으려고 전략을 수정했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한때 130만명이 넘는 피란민과 주민이 하마스 잔존세력과 뒤섞여 있던 라파에 이스라엘군 2개 사단 병력을 투입한다는 계획이 보류됐다고 보도했다.
대신, 가자지구와 외부세계와의 연결을 완전히 차단한 채 라파에 은신 중인 하마스 수뇌부를 겨냥한 '참수작전'과 인질 구출 작전을 병행하기로 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양국 고위 당국자로 구성된 전략협의그룹(SCG)을 통해 비밀리에 라파 작전 계획과 관련한 폭넓은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당국자는 "그들(미국측)은 '레드라인'이란 말을 쓰지 않았다"면서 "'부수적 피해와 인명 위험을 줄이는 종류의 다른 방식으로 하라'는 게 그들이 말하는 방식이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쪽에서 미국 당국자들과의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라파 관련 전략을 계속 다듬었고, 결국 2개 사단으로 라파를 일시에 친다는 계획을 내려놓기로 했다고 한다.
미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침투작전을 벌여 라파 곳곳에 숨어 있는 하마스 전투원들을 섬멸하고 작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하는 과정에서 납치된 인질들을 찾으려 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스라엘은 지난달 7일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잇는 관문인 라파 국경검문소의 팔레스타인 쪽 구역을 점령한 데 이어 같은달 29일에는 이집트와 접한 가자지구 국경을 따라 나 있는 길이 14㎞의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통로'(Philadelphi corridor)를 완전히 장악했다.
가자지구 서쪽은 지중해, 북쪽과 동쪽은 이스라엘과 맞닿아 있고 남쪽 일부만 이집트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외부 세계와의 연결을 완전히 차단한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라파 주민들에게 소개령을 내리고 37파운드(약 16.8㎏) 탄두가 달려 비교적 파괴력이 약한 소형 폭탄으로 하마스 조직원을 겨냥한 표적 공습을 지속하는 한편 도심에 탱크를 진입시키는 등 작전도 병행했다.
이집트 국경을 통해 하마스가 무기와 탄약 등을 밀수하는 것을 원천 차단한 채 천천히 말려 죽이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이스라엘의 난민촌 오폭으로 최소 45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는 등 라파에선 참극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은 것으로 미국이 평가하는 데에는 이같은 작전 변경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중동 전문가 조너선 패니코프는 "바이든의 레드라인 발언의 의미와 관련해 오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랍권의 많은 이들은 이스라엘이 미국의 지지를 유지하려면 라파를 건드려선 안된다고 이해했지만, 미 정부 구성원 다수에게 그건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을 해선 안 된다는게 아니라 가자시티나 칸유니스에서처럼 막대한 인명피해와 파괴로 이어지는 작전이어선 안 된다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규모 작전을 여러 번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략이 전환된 만큼 지난달 31일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한 새로운 휴전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은 상당한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WSJ은 내다봤다.
차히 하네그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9일 현지방송 인터뷰에서 하마스를 비롯한 가자지구내 무장세력의 군사적 역량을 제거하는데 최소 7개월이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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