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이민정책 변화없다…셰인바움, '월경 대응' 현정부 정책 계승
미-멕시코 관계 핵심쟁점…11월 미 대선 결과와도 연동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오는 10월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됨에 따라 멕시코와 이웃나라 미국간 '뜨거운 감자'인 국경 문제의 향배 등도 주목된다.
집권좌파 후보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후계자를 자임한 셰인바움 당선인은 주요 정책 면에서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정부 정책을 계승한다는 입장이어서 이민자 문제에 있어서도 그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셰인바움 당선인 스스로 유세 과정에서 누차 강조한 부분으로, 특히 미국과의 최대 쟁점 현안인 서류 미비(불법) 이민자 문제에서도 미국에 유연한 정책 채택을 지속해서 촉구할 전망이다.
국경 문제를 둘러싼 양국간 관계는 11월5일 미국 대선 결과와도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대통령(민주)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 간 불법 이민자 유입 관련 접근법에 온도차가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민자에 '테러리스트'라는 혐오성 라벨을 붙이며 강력한 단속·추방 정책 추진을 예고하고 있다.
텍사스주를 비롯한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도 수중 장벽 설치를 비롯한 강경책을 그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이는 미국에 온건 정책 추진을 요구하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정부와의 외교 분쟁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 정부 차원에서 멕시코 정부와 비교적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바이든 미 대통령과 이 사안을 포함한 여러 의제를 놓고 전화 통화를 한 뒤 "저는 바이든 대통령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언급했다.
셰인바움 당선인의 이민자 정책 역시 "개발을 위한 협력과 이웃 나라 국민과의 연대만이 이주 행렬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인도적이며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말로 압축된다.
그는 지난 2월 4일 나야리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서류 미비 이주를 범죄화하려는 미 공화당 소속 주지사나 정치인들의 시도를 지적하며 "장벽은 이주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민자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추구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을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셰인바움 당선인 지난 달 TV 대선 후보 토론에선 "미국과 캐나다에는 노동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하며, 이주 흐름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취업비자 발급 확대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그의 '정치적 후견인'인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철학과 정확히 일치한다.
미국 이민 정책의 '직접적인 이해 당사국'으로 볼 수 있는 멕시코 정부는 '북쪽 이웃 국가'인 미국이 개발 협력 틀 안에서 중남미 국가 빈곤을 줄이기 위한 직접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관련 의제에 힘을 싣기 위해 지난해 10월 중남미 11개국 정상급 인사를 치아파스주(州)로 초청해 이민자 대책 회의를 주재한 바 있다.
당시 멕시코를 포함한 회의 참석 12개국은 합의문 성격의 성명에서 '목적지 국가', 즉 사실상 미국을 겨냥해 "중남미 지역 현실에 부합하는 이주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며 "일관되지 않은 일방적·선별적 대책은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엔 멕시코시티를 찾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대표단에 "빈곤으로 허덕이는 이들을 위한 일자리 제공과 복지 향상이라는 근본적 접근만이 이주민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고 멕시코 일간 엘피난시에로는 보도한 바 있다.
최근 멕시코 정부는 화물열차 '무임승차'나 인신매매 집단의 이주민 불법 수송 등 단속 강화를 병행하며 미국 국경 지대로의 이민자 규모 통제에 나서고 있다.
AP통신은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을 인용, 지난 4월 미국에서의 이민자 체포 건수가 12만8천884건으로 지난해 12월 24만9천737건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이민자 정책 외에 셰인바움 당선인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틀 안에서의 니어쇼어링(생산기지 인접국으로의 이전) 효과 활용, 친환경 에너지 전환 가속, 전기차 위주 대중교통 체계 개편 등을 약속했다.
'멕시코 첫 여성 대통령' 기록을 세우게 된 그는 검찰청 내에 여성 상대 강력범죄 수사를 위한 전문 부서를 신설하는 한편 신생아 무료 의료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