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 계속 추정치 밑돌면 주가 10~15% 하락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인공지능(AI)과 중국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누그러지면서 신흥시장 주식들에서 종종 나타나는 약점인 기업 수익 감소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MSCI 신흥시장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 96%가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어닝 시즌도 거의 끝났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실적 발표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다.
거의 절반이 애널리스트 전망치를 밑돌았고, 평균 수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10% 감소했으며, 기업들은 예상 수익 1달러당 86센트만 벌어들였다.
이런 결과는 신흥시장 주식들이 AI 관련주 급등과 함께 중국의 빠른 경제 회복에 대한 낙관론으로 2조1천억 달러(2천900조 원) 규모의 랠리를 해왔으나 앞으로 이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는 게 블룸버그의 분석이다.
이제 중국의 약한 소비자 수요, 중국 알리바바를 포함한 AI 회사 간 가격 전쟁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불안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MSCI 신흥시장 지수는 지난 1월 17일부터 5월 20일까지 15% 상승했지만, AI 주식에 대한 심리가 후퇴하면서 5월 31일까지 4.8% 하락했다. 중국과 AI 허브인 대만과 한국의 기술주가 하락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평균적으로 신흥국 기업들의 영업 이익률은 지난 2년 동안 3% 이상 하락했다.
스위스 줄리어스베어 은행의 주식 전략가 네나드 디닉은 기대 수익의 놀라운 하방은 주로 중국의 약한 수익 모멘텀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브라질, 콜롬비아, 멕시코, 인도의 임금 인상을 지적하며 운영비 증가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신흥국 기업의 실적은 투자자의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에 현재 예측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내년에 수익이 24%나 뛰어야 한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 템플턴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마커스 바이어러는 "이는 확실히 신흥시장 랠리에 대한 리스크"라며 기업 실적이 계속 추정치를 밑돌면 주가가 10%에서 15%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산운용업체 레드휠의 신흥시장 공동 책임자인 제임스 존스톤은 중국 소비자들이 "부를 지키고자 한다"며 팬데믹 이후의 보복 지출이 끝났고 사람들은 허리띠를 조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이익을 저해하는 또 다른 요인은 통화 완화 속도의 둔화다.
일부 신흥국은 지난해 중반에 금리 인하를 시작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전환이 지연되고 달러의 회복력이 현지 통화에 압박을 가하면서 진전이 더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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