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투키디데스 함정론' 美석학 "작년 말 이후 건설적 궤도"

입력 2024-06-03 11:49  

'미·중 투키디데스 함정론' 美석학 "작년 말 이후 건설적 궤도"
"샌프란시스코 미중 정상회담 이후 치열한 경쟁·깊은 소통·진지한 협력 가닥"
SCMP에 "테슬라가 中 BYD에 밀리는 거 보라…美 경제압박, 中 목 조르진 못할 것"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미·중 투키디데스 함정론으로 유명한 그레이엄 앨리슨 미 하버드대 교수는 "작년 말 미·중 정상의 샌프란시스코 회담 이후 양국 관계 추세는 건설적 궤도에 있다"고 진단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 보도했다.



빌 클린턴 미 행정부 시절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앨리슨 교수는 SCMP와 인터뷰에서 이런 견해를 밝혔다.
그는 대만·남중국해 문제는 물론 첨단 반도체 기술의 중국 배제를 겨냥한 미국의 디리스킹(위험제거 등) 등 각종 안보·경제 이슈로 갈등과 대립을 이어온 미·중 양국이 앞선 '투키디데스의 함정' 사례와 마찬가지로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진단에 관심이 쏠린다.
그는 2017년 펴낸 저서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에서 스파르타와 아테네 간 전쟁처럼 신흥세력과 지배세력이 충돌하는 현상을 투키디데스 함정으로 명명했다. 그리스가 펠로폰네소스 전쟁 이래로 주저앉게 된 현상을 말한다.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기원전 431∼404년)를 기술했다.
앨리슨 교수는 저서에서 지난 500년간 신구 세력이 갈등하는 상황이 16차례 발생했고, 그 가운데 12차례는 전쟁으로 귀결됐으며, 제2차 세계대전 후 부동의 패권을 누려온 미국과 부상한 신흥세력 중국 간에 무력 충돌 가능성이 17번째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짚은 바 있다.
그는 SCMP 인터뷰에서 "작년 11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서 4시간 동안 비공개로 솔직한 대화를 나눴으며, 이를 계기로 두 정상은 보다 건설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매우 안정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회담 이후 (미·중 양국 관계상) 한 방향으로 향하던 여러 추세선이 급격하게 바뀌고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걸 관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은 서로 치열한 경쟁을 하되 깊은 의사소통을 하고 생존하기 위해 진지하게 협력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래서 2024년을 낙관한다"고 덧붙였다.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미·중 정상회담 직전까지 디리스킹과 안보채널 복원 문제, 남중국해 및 대만 문제, 드론 등에 인공지능(AI) 사용 금지와 핵탄두 통제 논의, 기후변화 문제 등을 놓고 강한 '대립 모드'였던 미중 양국에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게 앨리슨 교수 주장이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 관계에 대해 "중러 두 나라는 서로 긴 국경선을 두고 적지 않은 분쟁의 역사가 있을뿐더러 상충하는 문화를 가졌다는 점에서 적이 될 가능성이 컸지만, 미국이라는 공동의 적을 둔 상태에서 가까워진 '선언되지 않은 동맹'"이라면서 이는 미국으로선 달갑지 않은 일이라고 짚었다.
그는 중국 도전에 맞서기 위해 "미국은 첨단 반도체를 포함한 제조업 부활을 장려하는 산업정책을 펴는 한편 동맹을 활용한 대(對)중국 정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협의체),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한미일, 미·일·필리핀 3자 협의체 등 촘촘한 소(小)다자 협력체를 강화함으로써 중국을 견제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앨리슨 교수는 미·중 간 경제 전쟁에 대해 "미국이 반도체와 AI 등 첨단 기술에서 큰 우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중국 능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며 "미국 테슬라가 중국 BYD(비야디)에 저가형 전기차에 밀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작금의 미·중 경쟁 특징은 세계화된 경제에서 이뤄진다는 점으로,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제한하려는 거의 모든 품목에 다른 많은 잠재적 출처가 있다"면서 "미국의 경제 압박은 중국의 발전을 지연시키겠지만 목을 조르는 수준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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