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프리고진'이 '산 쇼이구' 잡았다?…러 고위급 잇단 체포

입력 2024-06-03 16:22  

'죽은 프리고진'이 '산 쇼이구' 잡았다?…러 고위급 잇단 체포
푸틴, 프리고진이 '부패' 주장했던 국방부 대대적 물갈이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세르게이 쇼이구 전 국방부 장관을 경질하고 국방부 고위급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진행하면서 지난해 숨진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의 '고발'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고 CNN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국방부 개편으로 푸틴의 요리사가 무덤에서 소망을 이뤘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CNN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쇼이구 전 장관을 해임한 데 이어 '반부패 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국방부 고위 관료들에게 잇따라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러시아 육군 참모총장이자 통신국장인 바딤 샤마린 중장, 티무르 이바노프 전 차관과 유리 쿠즈네초프 전 인사국장 등이 뇌물 혐의로 체포됐고, 이반 포포프 전 러시아 제58 제병합동군 소장은 사기 혐의로 구금됐다.
CNN은 크렘린궁에서 열리는 각종 만찬과 연회를 도맡으며 한때 '푸틴의 요리사'로 불렸던 프리고진의 '망령'이 이런 대대적인 개편 과정에 드리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프리고진은 지난해 쇼이구 전 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부패하고 무능하다고 비판하며 존재감을 부각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 국방부의 부정부패를 고발하겠다면서 모스크바까지 용병을 몰고 가는 '반란'을 주도했다가 푸틴 대통령을 난처한 상황에 빠트렸고 이후 의문의 비행기 사고로 숨졌다.
CNN은 푸틴 대통령이 이후 국방부의 부패 혐의 등에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지만, 이는 지난 3월 러시아 대선을 기다렸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5선 고지에 오른 푸틴은 공식 취임식 닷새 만에 쇼이구 전 장관을 경질했고 국방부 인사들에 대한 잇따른 조치에도 착수했다.
CNN은 국방부 개편의 시점도 흥미롭다고 짚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을 일으키고서 2년 넘게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다 이제 막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통칭) 지역을 점령했고, 북부 하르키우에서도 공세를 펴고 있다.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왜 하필 지금, 전쟁의 승리를 이끄는 부처를 흔들고 있는지에 관해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CNN은 푸틴 대통령에게 내부 단속보다 더욱 시급한 것은 우크라이나전의 승리라면서, 민간 경제 전문가인 안드레이 벨로우소프를 국방장관으로 기용해 국방부가 방대한 예산으로 무기를 좀 더 신속하고 경제적으로 조달하기를 바란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러시아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6%를 국방비로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시경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여겨진다.
CNN은 프리고진이 부패했다고 언급했던 또 다른 인사인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의 거취에 대한 소문도 돌고 있다고 밝혔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앞서 쇼이구 전 장관이 경질될 때는 자리를 보전했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타티야나 스타노바야 선임 연구원은 "게라시모프가 곧 해임될지 모른다는 소문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스타노바야 연구원은 다만 "지금까지 자리를 지킨 점을 볼 때, 게라시모프는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 자기 적들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치학자 미하일 코민도 푸틴 대통령이 더는 변화를 줄 생각이 없다고 밝힌 만큼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shi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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