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EFF보다 나은 선택…ANC-DA-IFP 결합도 선호"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 총선에서 30년 만에 과반 득표에 실패한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연정 상대로 제1야당인 민주동맹(DA)이 떠오르고 있다.
남아공 선거관리위원회가 2일(현지시간) 발표한 최종 개표 결과에 따르면 ANC는 지난달 29일 치른 총선에서 40.18%를 득표해 전체 400석 가운데 159석을 차지했다.
남아공 '민주화의 아버지'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배출한 이후 30년 내내 집권당의 자리를 지켜온 ANC가 총선 과반 득표에 실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1.81%를 득표한 DA는 지난 총선보다 3석이 늘어난 87석을 얻었고,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이 세운 신생 정당 움콘토 위시즈웨(MK)는 58석(14.58%)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제2야당이었던 급진 좌파 성향의 경제자유전사(EFF)는 39석(9.52%)에 그쳤다.
이 밖에 각각 17석(3.85%), 9석(2.06%)을 차지한 잉카타자유당(IFP)과 애국동맹(PA)까지 총 18개 정당이 원내에 진입했으나 ANC로서는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다.
군소 정당과의 연합으로는 연립정부 구성에 필요한 최소 42석을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론적으로 ANC를 제외한 야당들이 손을 잡을 수 있지만 2위를 차지한 친시장 성향의 DA는 중요한 금광과 중앙은행 등의 국유화를 공약한 MK, EFF와는 이념적 차이로 절대 협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
이에 ANC가 연정을 구성해 당 대표인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연임하는 시나리오가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가장 크다.
ANC의 연정 대상으로는 의석수만으로 볼 때 쉽게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DA와 MK가 우선 꼽힌다.
다만 MK는 라마포사 대통령의 퇴진을 연정의 조건으로 요구하지만 ANC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피킬레 음발룰라 ANC 사무총장은 전날 연정 구성 협상 개시를 선언하며 "라마포사 대통령의 퇴진은 '안 되는 일'(no-go area)"이라고 일축했다.
물론 ANC가 제3당인 EFF에 다른 군소 정당을 더해 42석을 확보할 수도 있다.
ANC는 2021년 지방선거 이후 일부 지방 정부에서 이미 EFF와 연정을 구성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지방 차원에서 EFF와 연정은 대부분 실패한 데다 라마포사 대통령과 그웨데 만타셰 의장, 음발룰라 사무총장 등 ANC 당 지도부가 이 시나리오엔 반대한다.
이에 남아공 현지에서는 제1야당인 DA가 ANC의 연정 상대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정치 분석가인 레시바 테포 음푸말랑가대학 교수는 3일 보도된 현지 일간지 더시티즌과 인터뷰에서 "ANC로서는 MK나 EFF보다 DA가 더 나은 선택"이라며 "남아공에 최선인 ANC-DA 연립정부를 위해 이미 물밑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대학의 더크 코체 정치학과 교수는 "시장이 DA-ANC 연정에는 긍정적으로 반응하겠지만 ANC-MK-EFF 연정에는 부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DA가 연정에서 폴 마샤틸레 현 부통령의 배제를 요구하는 점은 연정 협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다른 현지 일간지 더스타가 짚었다.
그러면서 마샤틸레 부통령을 중심으로 한 ANC 내 분파가 라마포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MK와 손을 잡으려 할 수도 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DA가 국민건강보험법을 비롯한 ANC의 주요 정책에 일관되게 반대해 왔다는 점에서 ANC-DA 연정의 불안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일각에서는 ANC와 DA가 다른 군소 정당을 끌어들여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희석하려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더시티즌은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ANC 소식통을 인용해 "ANC 원로들은 연정의 주요 상대로 DA를 선호한다"며 "더 선호되는 연립정부 구성에는 ANC와 DA에 IFP의 결합이 포함된다"고 전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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