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우리 요구 일부만 반영"…하마스 제거·인질석방 목표 고수
"네타냐후, 휴전안에 열려있지만 전투재개 옵션 원해"
미 "이스라엘 요구 정확히 반영, 공은 하마스에"…유엔에도 지지 요청
BBC "휴전조건, 하마스·이스라엘 모두의 정치적 명운과 직결" 평가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이 가자지구 전쟁 이후의 계획을 마련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3단계 휴전안'을 수용하라고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지만, 정작 가자지구 전투는 치열해지고 이스라엘은 휴전안을 두고 딴소리를 하면서 성사 가능성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은 가자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50곳 이상의 목표물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밤새 계속된 공격으로 주민 최소 19명이 숨졌다고 가자 병원들은 밝혔다.
피란민이 밀집한 가자 최남단 라파를 겨냥한 공격도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라파 지역에서 표적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AFP는 목격자들을 인용,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라파 서부 탈 알술탄 난민촌을 중심으로 공습과 포격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가자 내 유럽 병원들에 따르면 남부 칸 유니스 인근에서도 주택 공습으로 10명이 숨졌다.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은 가자 중부 부레이 난민촌 한 가정집에 대한 공격으로 주민 6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이처럼 가자 내 폭격과 지상전이 계속되며 인명피해는 날로 늘고 있지만, 휴전은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휴전안을 공개했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기존의 종전 조건을 고수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휴전안은 ▲ 6주간 완전한 정전·가자 인구 밀집지역서 이스라엘군 철수 및 일부 인질(여성, 노인, 부상자) 교환 ▲ 생존 인질 전원 교환과 가자 전역서 이스라엘군 철수 ▲ 가자지구 재건 시작과 사망 인질 시신 송환 등 3단계로 구성됐다.
데이비드 멘서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휴전안은 전체 휴전 계획의 '일부분'일 뿐이라며 전쟁은 오직 인질 송환을 목적으로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휴전'에 무게를 두고 전체 계획의 일부만 공개했지만, 이스라엘은 기존에 밝힌 대로 '인질 송환'과 하마스 제거'라는 두가지 목표를 모두 충족해야 휴전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날 오전 화상 연설에서 이스라엘은 인질 송환과 하마스 제거, 두 가지를 모두 얻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의 휴전안에 '신중한 지지'를 표명했으며, 인질 석방을 위한 일시적인 휴전은 허용하지만 하마스와 싸움을 재개할 수 있는 자유를 원한다는 의사를 표현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휴전 합의가 과연 성사될 수 있을지 의문이 일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양측이 지금 전쟁을 끝내는 데 동의해야 하며, 일단 전투가 중단된 후에는 전투를 재개하지 않을 것임을 서면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WSJ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최근 제안은 1단계 협상이 시작된 지 16일 이내에 2단계에 대한 이스라엘·하마스 간 간접 협상이 시작될 것임을 명시한다.
이런 내용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와는 차이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휴전안을 발표하면서 이스라엘이 보다 영구적인 협상에 열려있으며, 휴전안이 "지속적인 정전과 모든 인질 석방을 위한 로드맵"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영구 휴전을 위한 추후 협상 시 모든 인질 석방과 하마스 군사·통치 능력 파괴를 주장할 것이라고 의회에 밝혔다. 이스라엘 당국자는 WSJ에 "이 제안은 이스라엘이 협상이 무용하다고 느낄 때 언제든 전투를 재개할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협상안을 놓고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이런 지적과 관련,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3단계 휴전안은 "우리가 이스라엘과 협력한 제안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에서 나오는 다른 성명들을 들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제안이 이스라엘의 제안임을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인정했다고 말했다.
또 이 휴전안이 지난달 30일 하마스에 전달됐으며 "우리는 그들의 공식적인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들은 휴전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공은 하마스에 있다고 말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휴전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미 정부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밝힌 3단계 휴전안을 담은 결의안 초안을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15개 이사국에 회람했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 미 대사는 "해당 지역을 포함, 수많은 지도자와 정부가 이 계획을 지지했다"며 "우리는 안보리가 지체하지 않고 조건 없이 이 합의의 이행을 요구하는 데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카타르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군주와 통화하고 가자 정전을 막는 유일한 장애물은 이제 하마스뿐이라며, 하마스가 휴전안을 받아들이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역시 전날 이스라엘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과 잇따라 통화하고 휴전안에 대해 논의했다.
주변국 지지도 잇따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요르단, 이집트 등 아랍 5개국 외무장관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의 휴전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주요 7개국(G7) 정상들도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휴전안에 전폭 지지의 뜻을 표명했다.
당사국인 이스라엘 내 사정은 여전히 복잡하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에 억류됐던 자국 인질 4명이 가자 남부 칸 유니스에서 숨졌다고 발표했다. 이 중 3명은 작년 12월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이 공개한 영상에 등장했던 80대 남성들이다.
인질 가족과 반전 단체들은 그동안 휴전안 수용 및 네타냐후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여왔다.
동시에 연정 구성에 참여한 극우 정치인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휴전안에 기반해 협상을 진행한다면 연정에서 탈퇴하겠다고 네타냐후 총리를 위협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지도부 모두에게 휴전은 '치명적인 생존 게임'이 됐다며, 휴전 조건이 그들의 정치적 명운을 좌우한다는 점이 거꾸로 협상이 성사되지 못한 요인이 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는 그러나 인질이 여전히 붙잡혀있는 상황에서 애타는 가족 등의 압박에 직면한 네타냐후 총리에게 3단계 휴전안은 협상을 진행할 만한 명분은 된다고 BBC는 설명했다. 일단 인질을 돌려받고, 단계적으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하마스로선 인질 석방 후 전쟁이 재개되지 않는다는 보장 없이는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인질인 여성, 부상자, 노인을 1단계에서 먼저 포기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가 오는 13일 미 의회에서 연설할 것이라는 미 언론 보도가 나왔으나, 이스라엘은 아직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공식 부인했다.
앞서 미 의회 지도부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의회 연설에 초청했으며,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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