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칩 신성 엔비디아 '독주'에 인텔·AMD 등 전통 강호 '협공'

입력 2024-06-04 17:07  

AI칩 신성 엔비디아 '독주'에 인텔·AMD 등 전통 강호 '협공'
대만 컴퓨텍스 'AI 대전' 개막…라이칭더 대만 총통 "대만, AI 스마트섬으로"
"기존프로세서 AI시대 활력 부족" vs "엔비디아 도전 강화" "황CEO 믿음과 달라"



(타이베이·서울=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홍제성 기자 = 아시아 최대 규모 정보기술(IT) 전시회인 '컴퓨텍스 2024'가 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나흘간의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지난 1981년부터 대만에서 열리기 시작한 컴퓨텍스는 주로 대만 컴퓨터 제조·조립 회사들의 부품을 전시하던 행사로 알려졌지만, 올해는 그 위상이 '확' 달라졌다.
인공지능(AI) 연결을 주제로 한 올해 행사는 글로벌 반도체·IT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총출동해 자사 첨단 제품을 공개하며 AI시대 선점을 위한 뜨거운 경쟁을 펼치기 때문이다.
규모도 26개국에서 1천500여개 기업이 4천500개에 달하는 부스를 운영하는 등 역대 최대로 알려졌다.
◇ 화두는 'AI'…대만 총통부터 각 IT CEO까지 모두 'AI' 강조
올해 컴퓨텍스 화두는 뭐니 뭐니 해도 '제2의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AI'다.
AI 칩 선두 주자로 연일 세계 주식시장을 '들었다 놨다'할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 중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리사 수 AMD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팻 겔싱어 인텔 CEO, 르네 하스 ARM홀딩스 CEO 등 세계 AI 업계 거물들이 대거 참석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특히 대만 출신인 황 CEO는 행사에 앞서 일찌감치 대만을 찾았다.
지난달 27일 대만에 도착한 그는 이후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창업자 등 주요 IT·반도체 고위인사들과 잇따라 공개·비공개 회동을 하면서 대만에 'AI 바람'을 불러왔다.

지난달 20일 취임식 연설에서 대만을 'AI의 섬'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던 라이칭더 대만 신임 총통도 개막식에 맞춰 전시장을 찾았다.
라이 총통은 축사를 통해 "올해 컴퓨텍스는 글로벌 기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슈퍼스타들이 다 모였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면서 "대만을 'AI 스마트 섬'으로 건설하기 위해 대만 정부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전날 기조연설에 나선 리사 수 AMD CEO는 마이크로소프트(MS), HP, 레노보, 에이수스 등 AMD의 주요 파트너사 대표들을 무대 위로 호명했다.
모두 AMD가 개발한 AI 기능 노트북용 프로세서 '라이젠'(Ryzen)을 자사 제품에 탑재한 회사들이다.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은 5년 내 윈도즈 PC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목표로 제시하며 MS와 협업해 AI PC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 '엔비디아, 독주 가자' vs '엔비디아 잡자'
올해 행사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엔비디아 vs 반(反) 엔비디아'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AI 칩 부문에서 엔비디아의 위상이 최근 들어 압도적이라는 방증으로 보인다.
이는 주식시장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6월 처음 시가총액(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한 이후 불과 10개월 만인 지난 2월 2조 달러를 넘어섰다. 시총 2조 달러가 넘는 기업 가운데 최단 기간이었다.
지난달 말에는 시총 3조 달러에 다가서면서 시총 2위 애플(2조9천130억 달러)를 바짝 따라붙었다.
AI 업계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가 대만 출신 황 CEO를 앞세워 이번 컴퓨텍스를 통해 독주 체체 굳히기를 시도하자, 인텔, 퀄컴, 마이크로소프트(MS), 암(ARM) 등 경쟁 반도체 업체들이 엔비디아를 견제하며 협공에 나서는 분위기다.
황 CEO는 전시회 공식 개막 이틀 전인 지난 2일 국립대만대학교 체육관에서 한 연설을 통해 차세대 AI 그래픽 처리장치(GPU)인 '루빈'을 최초로 공개했다.
루빈은 최근 AI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엔비디아 '호퍼' 아키텍처와 지난 3월 발표한 '블랙웰' 아키텍처에 이은 후속 아키텍처다. GPU 아키텍처는 계산 단위와 메모리 등을 효율적으로 배치한 일종의 설계도다.
루빈에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가 채택돼 오는 2026년부터 양산될 예정이다.
황 CEO는 "생성형 AI 부상이 새로운 산업혁명을 가져왔다"며 AI 기술이 개인용 컴퓨터에 탑재될 때 엔비디아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자신감을 과시했다.
그러자 엔비디아에 도전하는 AMD는 하루 뒤인 3일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에서 최신 첨단 가속기 '인스팅트 MI325X'를 연내 출시할 계획이라고 맞불을 놨다.
리사 수 AMD CEO는 이같은 계획을 공개하면서 "AMD는 엔비디아의 가장 중요한 경쟁자 중 하나로 부상했다"며 자사가 엔비디아의 대표적인 대항마란 사실을 부각시켰다.
이 과정에서 AMD가 삼성전자와 파트너십을 체결할지가 업계 관심사로 떠오르기도 했다.
PC 부문 반도체의 최강자였던 인텔은 보다 효율적인 코어를 갖춘 제온(Xeon) 6 데이터 센터 프로세서를 선보이며 과거의 영광 재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팻 겔싱어 인텔 CEO는 개막일인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젠슨 황 CEO의 발언까지 문제 삼으며 엔비디아를 겨냥한 정면 반박에 나섰다.
겔싱어 CEO는 "인텔과 같은 기존 프로세서가 AI 시대에 활력이 부족하다"는 황 CEO의 최근 발언을 거론한 뒤 "젠슨이 믿는 것과 달리 '무어의 법칙'(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24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내용으로 인텔 공동설립자인 고든 무어가 내놓은 법칙)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인텔이 PC 칩의 선도적인 공급업체로서 AI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j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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