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출신 범인, 반이슬람단체 흉기 공격하다 경찰관 살해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검찰이 반이슬람 운동가들을 공격하다가 경찰관을 살해한 아프가니스탄 출신 용의자와 관련, 종교적 동기를 수사 중이다.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4)를 앞두고 대낮에 참극이 벌어지면서 테러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4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11시35분께 만하임의 한 광장에서 경찰관(29)이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어 2일 저녁 숨졌다.
반이슬람 단체 유럽평화시민운동(BPE) 운동가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던 용의자는 현장에 투입된 경찰관도 흉기로 무차별 공격했다. 이 사건으로 극우인사 미하엘 스튀르첸베르거(59) 등 5명도 다쳤다.
경찰은 실탄을 발사해 용의자를 제압했다. 용의자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술라이만 A(25)로, 2013년 독일로 이주해 망명을 신청했다가 이듬해 불허 결정을 받았다. 당국은 다만 아프가니스탄 치안 상황을 이유로 추방금지 처분을 내리고 체류는 허가했다.
현지 매체 슈피겔에 따르면 술라이만 A는 독일에 거주한 11년간 아무런 범죄기록이 없었고 극단주의 징후도 포착되지 않았다. 학창 시절에는 제지·포장 기술을 배우며 난민돕기 봉사활동도 했다. 2019년 터키 출신 배우자와 결혼해 두 자녀를 두는 등 그동안 독일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당국은 평가했다.
그러나 이웃에게 이슬람 경전 쿠란을 선물하고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탈레반의 깃발 사진을 올리는 등 종교·이념적으로 경도된 흔적도 발견됐다. 연방검찰은 이번 사건을 종교적 동기로 인한 범죄로 규정하고 전날 지역 수사당국에서 사건을 넘겨받아 직접 수사에 착수했다.
마르코 부슈만 법무장관은 "종교적 광신주의와 급진 이슬람주의의 위험이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오는 14일부터 한 달간 독일 10개 도시에서 열리는 유로2024를 앞두고 이번 사건이 발생하면서 테러 경고등이 켜졌다. SNS에는 "모든 배교자와 이슬람 비판자를 살해하라"고 촉구하는 동영상이 퍼지고 있다. 당국은 급진 이슬람주의자들이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틈타 테러를 기도할 수 있다고 보고 대회 기간 국경통제 등 대책을 세워왔다.
정치권에서는 이참에 난민정책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독일은 2021년 8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후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를 추방하지 않고 있다. 10년 넘게 내전이 벌어지는 시리아 출신도 마찬가지다. 보수 진영은 이같은 포용정책을 '잘못된 관용'이라고 비판해왔다.
크리스티안 린트너 재무장관(자유민주당)은 "이슬람 테러리즘으로부터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 잘못된 관용은 더는 없다"고 말했다. 내무부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범죄자 추방을 재개할 방안을 집중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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