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옥 옮기고 희망퇴직…손실 쌓인 이커머스 비용 절감 '안간힘'

입력 2024-06-06 13:21  

사옥 옮기고 희망퇴직…손실 쌓인 이커머스 비용 절감 '안간힘'
업황 불확실성에 외형 성장 대신 '내실 다지기'로 방향 전환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와 같은 강력한 'C-커머스' 경쟁자의 출현으로 손실이 누적되고 있는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들이 고강도 긴축 경영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불경기와 소비 침체 등의 대외 환경으로 유통 업황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외형 성장보다는 수익성에 중점을 둔 이러한 내실 다지기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사업 부문인 롯데온은 전날 임직원의 희망퇴직을 공지했다. 2020년 출범 이후 처음 단행하는 희망퇴직이다.
대상은 근속 3년 이상 직원으로, 퇴직 시 6개월치 급여를 일시금으로 받거나 6개월간 유급휴직 후 퇴사하는 조건이다.

인력을 효율화해 비용을 줄이고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롯데온 관계자는 "급변하는 이커머스 시장 환경 속에 인력 재편을 통해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고자 희망퇴직을 단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 유통사업군의 통합 온라인몰로 닻을 올린 롯데온은 출범 이후 매년 1천억원 안팎의 적자를 내며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까지 누적 영업손실만 5천억원에 육박한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도 22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4억원 늘었다.
업계에서는 이커머스 후발 주자인 롯데온이 중장기 생존을 담보하고자 올해 내내 고강도 쇄신 작업을 지속할 것으로 관측한다.
롯데온은 지난달 1일부로 롯데마트몰 장보기 상품을 2시간 이내에 배송해주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종료하는 등 배송 효율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국내 1세대 이커머스로 꼽히는 11번가는 오는 9월 사옥을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에서 경기도 광명의 유플래닛 타워로 옮긴다.
11번가는 2017년부터 옛 대우그룹 본사였던 서울스퀘어 5개 층을 사용해왔다.
11번가 관계자는 "서울스퀘어 임대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사옥을 이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지속해온 '군살 빼기' 작업의 일환이다. 광명역 역세권에 자리한 유플래닛 타워는 같은 평형 기준으로 월 임대료가 서울스퀘어의 3분의 1 수준이다. 사옥 이전으로 연간 수십억원의 임대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추산된다.
거래액 기준으로 쿠팡, G마켓에 이어 3위권인 11번가는 적자가 누적되는 가운데 기업공개(IPO)가 미뤄지면서 현재 재무적 투자자(FI) 주도의 재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매각가는 5천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11번가로서는 원활한 매각을 위해서라도 수익 지표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신세계그룹 계열 이커머스 플랫폼인 SSG닷컴과 G마켓은 물류 효율화에 승부수를 띄웠다.
'범삼성가'인 신세계[004170]그룹과 CJ그룹 간 맺은 사업 제휴에 따라 SSG닷컴은 쓱배송과 새벽배송, 김포 네오(NEO)센터 두 곳과 오포에 지은 첨단 물류센터 운영 등을 CJ대한통운에 맡기기로 했다.
G마켓은 하루 10만건 물량의 익일 합배송 서비스인 '스마일배송'을 CJ대한통운에 일임한다.
두 회사는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상당한 규모의 물류비 절감 효과를 기대한다.
지난해 SSG닷컴은 1천30억원, G마켓은 32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액은 각각 139억원, 85억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을 정점으로 이커머스 업계의 수익 위계 구도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알리·테무까지 시장에 진입하며 생존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며 "그동안 외형 성장에 치중해온 국내 업체들도 누적된 손실을 더는 방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만큼 올해도 다양한 형태의 비용 감축 작업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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