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정·매장량 추정 근거 등 제시…"해석의 영역, 검증 어려워" 주장도
"전문가 확보, 다수 심해 프로젝트 수행" vs "소규모 업체 분석, 논란 있어"
(세종=연합뉴스) 김동규 이슬기 기자 = 동해 심해 석유·가스 매장 분석을 담당한 미국 액트지오(Act-Geo)의 비토르 아브레우(Vitor Abreu) 고문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각종 의문점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번 발표를 둘러싼 논란이 해소될지 주목된다.
아브레우 고문은 지난 5일 입국하면서 "명확한 답변을 드리기 위해 한국을 직접 찾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이날 공식 브리핑에서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다고 추정한 배경과 평가·분석 방식, 자신 및 회사와 관련해 제기된 이른바 '자격 논란'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석유·가스 매장량 분석 방법, '성공률 20%' 판단 근거 등은 전문적인 검증이 필요하고 기본적으로 '해석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이번 논란이 쉽게 잦아들진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시각도 있다.
아브레우 고문은 액트지오의 설립자이자 소유주로,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고문'으로 소개됐다.
◇ '최대 140억배럴' 도출과정 설명…"해석의 영역으로 검증 어려워"
아브레우 고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석유공사로부터 데이터를 넘겨받아 분석한 과정을 설명한 뒤 "요약해서 말하자면 이 프로젝트의 유망성은 상당히 높다"고 밝혔다.
정부 발표대로 석유·가스 개발 성공률을 '20%'로 제시하면서 "이는 굉장히 양호하고 높은 수준의 가능성을 의미하는 수치"라고 했다.
최근 20∼25년 사이 발견된 유정 중 가장 큰 매장량이 있는 가이아나 리자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이 16%였다는 점도 함께 비교해 언급했다.
그는 이 같은 결론을 낸 근거로 석유·가스의 존재를 암시하는 필수 4대 조건인 저류층(모래), 덮개암(진흙), 기반암, 트랩 등 구조가 분석 대상인 모든 광구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해저에 있는 석유·가스는 지형을 따라 이동하는데, 모래로 이뤄진 저류층을 만나면 쌓이기 시작한다.
이때 진흙·암염 등이 덮개암 역할을 하면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석유·가스를 가두는 구조(트랩)를 형성하게 되는데, 동해 심해에서 이 같은 구조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는 액트지오 내 2개 팀을 꾸려 석유·가스가 묻혀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되는 '유망구조'의 도출을 시도하고, 기존에 시추가 이뤄졌으나 석유·가스 발견에 실패한 3개 유정의 데이터를 집중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 "기존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규모의 저류층의 존재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7개 유망구조를 도출했으며, 리스크·매장량 분석 등을 거쳐 매장량을 35억∼140억배럴로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추정 매장량의 범위가 넓은 것에 대해 그는 "기존의 유정에서 탄화수소가 누적된 것을 찾지 못하는 등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최대 추정량은 암석 내 충분한 공극이 있어 충분한 양의 석유·가스가 담겨 있을 가능성을 고려한 수치"라고 했다.
다만 그는 "'20%의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말은 '80%의 실패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라며 "실제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은 시추하는 것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 대해 전문가들은 "발표 내용을 존중한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석유·가스 탐사·발굴은 정확하게 계량할 수 있는 과학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개발 성공률에 대해 맞다 틀리다 말하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성공률 20%'에 대한 해석 역시 정부가 정책적 의지를 갖고 추진하느냐, 리스크를 크게 보고 포기하느냐의 문제이지, 옳고 그름을 논할 문제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석유탐사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로 인정받는 신창수 서울대 명예교수는 "정부 발표대로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를 바란다"면서 "경험 많은 전문가들과 해외 유명 평가기관이 참여하는 추가 검증 과정을 거쳐 나가면서 성공 확률을 높이는 작업이 병행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전문성 논란 적극 해명…일각선 "소규모 업체에 분석 맡겨 논란"
이날 아브레우 고문은 자신과 액트지오를 둘러싼 '전문성 논란' 관련 질문에는 과거 대형 프로젝트 수행 경험과 전문가들과의 협업 사례를 들어 해명했다.
액트지오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본사 주소가 일반 주택으로 검색되면서 신뢰성 및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에 직면한 상태다.
그는 "미국 본사 주소지가 제 자택이 맞다"면서 "액트지오는 컨설팅 업체로서 컨설턴트의 기반이 되는 곳"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석유 산업 구조가 변화하면서 해당 전문가들이 흩어져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가령 액트지오는 세계 곳곳에 지구과학 전문가(뉴질랜드), 지진파 가공 그룹(브라질), 지구화학 전문가(멕시코), 저류층 모델링 전문가(스위스) 등의 인재풀을 확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과거 1년 동안 미얀마 심해 평가를 수행하고 아르헨티나 국영석유회사와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으며, 브라질, 볼리비아,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심해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규모 컨설팅 업체가 대형 프로젝트 분석에 나서는 것이 "이 업계에서는 흔한 일"이라고 답했다.
액트지오가 이번 프로젝트의 분석을 맡게 된 것에 대해 석유공사는 이날 "4개 업체에 대한 경쟁입찰을 시행해 기술과 가격 평가 결과에 따라 공정하게 선정했다"고 밝혔다.
석유공사는 이번 분석을 여러 업체에 맡기지 않고 액트지오 1개 업체에만 맡긴 이유에 대해서는 '기밀 유지'를 들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통상 비밀 유지계약을 하고 이를 어겼을 때 엄청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식으로 계약하고 여러 곳에 분석을 의뢰하기도 한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 전문가는 "큰 본사를 두고 많은 인력을 갖춘 유수의 글로벌 업체들도 있는데, 소규모 컨설팅 업체에 분석을 의뢰한 것에 대해서는 적절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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