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고금리 시대에 후보는 유권자 눈에 경제변수"
WSJ, 남아공·인도·멕시코 등 뚜렷한 표심흐름 관측
생활고 어루만지면 승리…정체성 정치 호소하면 패배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올해 상반기 세계 각국에서 치러진 주요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경제 전망에 가장 큰 무게를 두고 표를 던졌다고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멕시코부터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르기까지 유권자들이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가 대변하는 새 시대에 열리는 주요 선거에서 후보를 향후 경제의 변수로 인식하고 표를 던지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투표로 인플레이션, 실업, 부패 등에 대한 불만을 공통으로 나타냈다. 유권자들의 우려를 잘 다룬 정당은 더 나은 결과를 냈고, 대처가 느렸거나 정체성 정치에 호소하려 했던 정치인들은 실패했다고 WSJ은 진단했다.
유권자들이 압승이 예상됐던 측을 신승에 그치게 하거나 그 반대의 결과를 안기는 등 예측과는 반대되는 결정을 내리면서 금융 시장이 요동치기도 했다.
이 같은 결과는 11월 미국 대선이나 9일까지 이어지는 유럽의회 선거 등 향후 미국, 유럽 선거가 어떨지를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고 선거 결과에 대한 예측은 그저 예측일뿐이라는 점을 단순히 상기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WSJ은 평가했다.
인도의 경우 지난 1일 총선 출구조사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 인도국민당(BJP) 주도 정치연합이 예상대로 총선에서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측되면서 3일 인도 증시가 사상 최고를 경신하고 루피화와 국채도 동반 상승했다.
그러나 4일 실제 개표에서 친기업 성향으로 알려진 여권이 크게 고전하자 인도 증시는 6% 가까이 폭락했다. 결국 모디 총리는 승리하기는 했지만 당초 예상됐던 압승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면서 향후 국정 운영에 어려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모디 총리는 총선 개시 전에는 주로 집권 10년간의 경제성장 등 치적을 알리며 표심을 공략했다. 그러나 이후 인구 80%를 차지하는 '절대 다수'인 힌두교도 결집 전략으로 돌아섰다. 총선 직전 부쩍 잦아진 야권 인사들에 대한 '사법 처리'도 득표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인도 유권자들은 인플레이션으로 구매력은 떨어졌는데 모디 총리의 집권 기간 그들의 수입은 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 총선에서는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배출한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총선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서 30년 단독 집권의 막을 내렸다.
ANC의 과반 획득 실패는 33%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과 극심한 빈부 격차, 물과 전력 부족 사태가 겹치며 민심을 잃은 탓으로 분석됐다.
지난 2일 멕시코에서 동시에 치러진 대선, 총선에서는 좌파 집권당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 소속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예상대로 압승을 거뒀을 뿐 아니라 예상을 넘어 의회에서도 집권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셰인바움 당선인은 국정 수행 과정에서 현 정부 정책을 대부분 계승·발전시키겠다고 공약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대통령은 사람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이 야기한 고통스러운 시기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도우면서 인기를 얻었다고 WSJ은 분석했다.
지난 6년에 걸쳐 최저임금을 두배 인생하고 고령자에서부터 학생까지 모두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등의 정책은 많은 사람이 인플레이션의 충격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됐고 이는 셰인바움 당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에 경제에 대한 국가 통제가 강화되고 권력에 대한 견제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3일 멕시코 증시가 폭락하고 현지 화폐인 페소의 가치도 급락했다.
앞서 올해 총선을 치른 대만 총선, 파키스탄에서도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문제가 선거 결과에 일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됐다.
k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