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간 떠돌면서 수상가옥·오두막 생활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바닷가에서 수 세기 동안 국적 없이 살아온 '바다 유랑민'들의 거처를 당국이 강제 철거해 논란이 일고 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AP 통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사바주 당국은 지난 4∼6일 사바주 셈포르나 지역 해안에 거주하는 유랑민들의 무허가 건축물 138곳을 철거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들이 사는 수상 가옥과 바닷가 오두막을 부수고 불태웠으며, 쫓겨난 이들은 굶주린 채 해변에서 노숙을 하거나 부서진 자신들 집의 잔해에서 지내고 있다고 시민단체 '보르네오 콤라드'는 전했다.
'바자우 라우트'로 알려진 이들 집단은 기록에 따르면 이 지역에 수 세기 동안 살아왔다. 하지만 출생 때부터 국적 기록이 없어 당국은 이들을 이민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들은 곧 무너질 듯한 수상 가옥이나 오두막, 보트를 집으로 삼아 바닷가를 떠돌면서 살고 있어 '바다의 집시'로도 불린다.
사바주 당국은 이들의 무허가 어업·농업 활동, 건축물 조성 등 불법 행위에 맞서 법에 따라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 등 안보 관련 요인을 고려해서 이번 작전을 수행했다고 덧붙였다.
바자우 라우트의 거주 지역은 필리핀 남부와 가깝게는 수십㎞ 떨어져 있어 보트 등으로 왕래가 가능하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당국이 철거에 대한 보상도 없이 이들이 지낼 곳도 찾아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단체는 "이번 강제 철거로 말레이시아에서 소수민족이 공평한 대우를 받는지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사바주가 이들의 무국적 문제를 시정해서 이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각종 기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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