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방위조약,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연계돼야 상원 통과 가능"
"이스라엘의 팔 국가 인정·가자전쟁 종전 없으면 美외교적노력 무위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중동 질서의 근본적인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역사적인 상호방위조약이 마무리에 근접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과 사우디 당국자들을 인용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그러면서 양국 간 상호방위조약의 궁극적인 지향점인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여부는 팔레스타인을 별도의 국가로 인정한다는 이스라엘의 약속과 8개월을 넘긴 가자 전쟁의 즉각 종전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
미국과 사우디는 중동 지역과 사우디 영토에서 상대국이 공격받을 경우 서로 군사적 지원을 약속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협정을 가자 전쟁 발발 이전부터 수 개월째 논의해왔다.
양국의 상호방위조약은 중동 안정화라는 큰 그림으로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관계 정상화를 도모하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외교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돼 온 것이다.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를 정상화함으로써 갈수록 중동에서 세력을 넓히고자 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역내 영향력을 억제하고 이란의 고립을 심화함으로써 미국의 중동 내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게 대선을 앞둔 바이든 정부의 구상이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의 대가로 미국에 상호방위협정 체결과 원전 건설을 위한 우라늄 농축 허용 등의 지원을 해줄 것을 미국에 요구해왔다.
작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하면서 발발한 가자 전쟁 직전까지 급진전됐던 관련 논의는 가자 전쟁으로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 사이에 다시 냉기류가 형성되면서 한동안 중단됐으나 최근 재개됐고, 지난달부터 관련 협상이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보도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왔다.
사우디 국영 SPA 통신은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지난 달 19일 만나 양국 방위조약의 '확정 직전' 단계를 논의했다고 전한 바 있다.
백악관도 SPA 보도 직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상호방위조약에 대한 협상이 타결에 근접한 상태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시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 협상에 대해서는 "장애물이 남아 있다"고 언급, 미국과 사우디의 협상과 달리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음을 시사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와 관련, 지난 달 21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사우디가 관계 정상화 조건으로 내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중단 및 팔레스타인의 국가 인정 방안을 언급하며 "현재로서는 이스라엘이 그 방안으로 나아갈 의지나 능력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블링컨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극우 연립정부의 반대로 사우디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됐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극우 연정은 이스라엘의 안보를 저해할 수 있다며 하마스의 궤멸 전까지는 결코 종전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에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작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이후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에 반대하는 이스라엘 일반 여론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이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대계 이스라엘 국민 가운데 사우디와의 관계 정상화의 일환일지라도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데 반대한다는 의견은 74%에 달했다고 WSJ은 전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애런 데이비드 밀러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이 권위주의 정권이 지배하는 국가와 최초로 맺는 사우디와의 상호방위조약은 미 상원에서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WSJ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와 연계되지 않는다면 미국과 사우디의 상호방위조약이 타결되더라도 미 상원 문턱을 넘기 위한 충분한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이 수개월째 헛바퀴를 돌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두 국가 해법'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 중동 안정을 위해 바이든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광범위한 외교적 노력에 해결하기 어려운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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