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강경파 "패라지 끌어안자"…"도그휘슬로 분열 획책" 역풍도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반(反)이민·반환경을 기치로 세운 영국 극우 포퓰리즘 정당 영국개혁당과 나이절 패라지 대표가 보수당의 위기와 맞물려 연일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집권 보수당의 대표적 강경파인 수엘라 브레이버먼 전 내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일간 더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우파가 연합할 때라며 영국개혁당과 보수당간 정책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수 유권자 표를 나눠 가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보수당이 영국개혁당과 연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달 4일 총선에서 정권을 내줄 위기에 처한 보수당의 급박함과 패라지의 존재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패라지가 당 대표로 복귀하고 출마를 선언, 영국개혁당이 총선에서 주목받게 되자 현지 언론들은 보수당과 리시 수낵 총리에는 '악몽'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BBC의 여론조사 종합 분석에 따르면 영국개혁당은 지난 8일 기준 지지율 13%로 중도좌파 노동당(44%), 중도우파 보수당(22%)에 이어 3번째로 높다.
영국개혁당은 한 자릿수로 미미했던 지지율을 서서히 끌어올리더니 지난해 말 중도 성향 자유민주당을 추월해 3위로 올라섰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포퓰리즘 세력이 대약진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영국개혁당은 보수당 14년 집권 과정에 실망한 보수층의 표심을 파고들면서 보수당의 표를 잠식하고 있다.
더타임스가 유고브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2019년 총선에서 보수당을 지지했던 유권자 44%가 이민 문제에서 패라지 대표를 가장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수낵 총리를 신뢰한다는 응답률(21%)의 배가 넘는다.
패라지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와 협상 과정에서 영국 극우 포퓰리즘 세력의 스타로 떠올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우군 역할을 자처하면서 '영국판 트럼프'로 불렸다.
7차례 걸친 도전에도 의회 입성에 실패하고도 리처드 타이스 전 대표보다 인지도가 높고 논쟁적인 인물로서 출마 선언 이후 '튀는' 언행으로 연일 방송 뉴스와 신문 지면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는 지난 3일 출마를 선언하면서 "노동당과 보수당을 이끄는 지루한 멍청이들은 의석을 차지할 자격이 없다"며 두 기성 정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4일 출마 지역인 클랙턴에서 첫 유세에서 나섰을 때는 그에 반대하는 시위자로부터 밀크 셰이크 세례를 받는 모습이 주요 언론을 장식했다.
지난 6일 수낵 총리가 선거운동을 위해 세계 정상이 집결한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주요 기념식을 건너뛰는 '대실수'를 저지르자 비판의 선봉에 섰다.
패라지는 "그는 우리의 역사, 우리의 문화를 정말로 신경 쓰지 않는다"며 "이 사람은 애국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낵 총리는 인도계로 영국의 첫 유색인종 총리다.
이런 발언에 곧바로 '도그 휘슬'(특정 집단만 알아들을 수 있도록 메시지를 보내는 정치 전략)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백인 유권자를 교묘하게 자극하려는 술책이라는 것이다.
노동당의 샤바나 마무드 예비내각 법무장관은 "전형적인 패라지의 술수다. 살짝 도그 휘슬을 불고 나서 뒤돌아서선 합리적인 척한다"며 "그는 사회 분열을 꾀해 온 전력이 있다"고 BBC에 말했다.
패라지는 이런 비판에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하다.
그는 지난 4일 밀크 셰이크 세례를 받은 날 곧바로 일회용 음료수 잔을 들고 카메라 앞에 나타나 포즈를 취했다.
8일에는 텔레그래프 기고에서 "영국개혁당이 영국 정치의 중도우파 세력을 장악하고 키어 스타머의 좌파 폭도 노동당에 대항한 야권을 이끌 것"이라며 "보수당은 이미 기회를 날려버렸으니 영국개혁당을 평가절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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