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남으면 언젠가 또 전쟁 날 것"…독일 의회서 연설
베를린서 우크라 재건회의…"소비전력 절반 발전시설 파괴"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푸틴이 패배하는 게 우리의 공동 이익"이라며 러시아는 모든 피해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타협의 시간은 끝났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재건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한 그는 이날 오후 연방의회 연설에서 "폐허가 어딘가에 남아있다면 언젠가는 그곳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독일의 동서 분단을 언급하면서 "분단 독일은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분의 경험으로 왜 우리나라에 장벽이 들어서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어떤 이는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영원할 것이며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환상"이라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1∼2년 전만 해도 그렇게 빨리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음을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독일의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 지원에 대해 "여러분이 수천 명의 목숨을 구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그는 또 러시아의 공습으로 지난 겨울 이후 자국 전력소비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발전시설이 사라졌다며 방공망 추가 지원을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재건회의 개막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9GW 발전용량이 파괴됐다. 지난 겨울 전력소비량은 최고 18GW였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우크라이나의 발전설비용량이 전쟁 이전 55GW에서 20GW 이하로 급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무기생산과 에너지 인프라 수리·건설, 주택 재건, 교육, 의료장비 분야에서 수십억 유로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12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이번 회의에는 60여개국 관료와 기업인 등 2천여명이 참석해 민간 투자 활성화 등 재건방안을 논의한다.
서방 국가들은 2017년부터 돌아가며 개최한 '우크라이나 개혁회의'를 2022년 전쟁 발발 이후 재건회의로 확장했다. 2022년에는 스위스 루가노, 지난해는 영국 런던에서 열렸다.
세계은행은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를 복구하는 데 최소 4천860억달러(약 670조원)가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경제 재건에 연간 100억∼300억달러(약 13조8천억∼41조4천억원)가 필요하다며 투자를 호소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재건회의에 이어 13∼15일 이탈리아 풀리아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15∼16일은 스위스 뷔르겐슈토크에서 우크라이나 평화회의가 잇따라 열린다.
G7 정상회의에서는 전쟁 발발 이후 각국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의 운용 수익으로 우크라이나를 돕는 방안이 주로 논의될 전망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7월에 횡재수익 15억유로(약 2조2천억원)가 제공된다"며 "90%는 국방, 10%는 재건에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이와 별개로 이달 말까지 우크라이나 기금 19억유로(약 2조8천억원)를 추가로 지원한다고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덧붙였다.
EU 27개국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재건·현대화를 돕기 위해 2027년까지 4년간 500억유로(약 74조원)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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