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극단 정당, 옛 동독서 득세…"포퓰리즘 동맹" 비판도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9일(현지시간)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옛 동독과 서독 지역의 정치적 견해 차이가 뚜렷이 드러났다.
정치권에서 "옛 서독 사람들은 동독보다 스페인 휴양지를 더 잘 안다"는 말이 나올 만큼 동서 간 정서적 괴리가 선명해지고 있다.
11일 독일 연방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결과를 보면 16개주 가운데 튀링겐·작센안할트·작센·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브란덴부르크 등 옛 동독 5개주에서 모두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반면 나머지 11개주 가운데 도시주(Stadtstaat)인 베를린·브레멘·함부르크를 제외한 8곳에서는 중도보수 성향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제1당 자리를 지켰다.
옛 동독 지역은 극우 텃밭으로 꼽히지만 극단에 가까운 강경 좌파도 선전했다. 전국 단위 선거에 처음 후보를 낸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은 옛 동독 5개주에서 전국 평균 득표율 6.2%의 배를 넘는 15% 안팎의 표를 가져갔다.
옛 동독 지역에서 AfD와 BSW의 득표율을 합하면 50%에 가깝다. 시사매체 슈피겔은 "동쪽으로 갈수록 극단이 득세하는 규칙이 적용됐다"고 해설했다.
BSW는 스타 정치인 자라 바겐크네히트가 지난해 좌파당을 탈당한 뒤 창당했다. 그는 공산주의를 표방해 강경 좌파로 분류되지만 난민정책과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봉쇄 등 이슈에서 AfD와 유사한 주장을 편다. 이 때문에 CDU 등 기성정당에서는 BSW가 사안에 따라 극우와 극좌를 오간다고 비판한다.
BSW와 AfD 소속 의원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반대한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11일 연방의회 연설에 나란히 불참했다. 현지 언론은 두 당을 "포퓰리즘 동맹"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은 동서독 정치적 분열을 경고하며 대책을 촉구했다.
옛 동독 지역인 튀링겐주의 보도 라멜로프 총리(좌파당)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동독 주민의 감사하는 마음은 어디로 갔나'와 같은 글이 있다며 동독 우경화에 대한 서독 주민의 비아냥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또 "그런 질문은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다"며 "정서적 통합이 점점 무너지고 있다. 동독 주민에게 고마움을 기대하는 게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옛 서독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헨드리크 뷔스트 총리는 현지 매체 RND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들은 (옛 동독) 작센이나 튀링겐보다 (스페인 휴양지) 마요르카를 더 잘 안다"며 동서독 물리·정서적 교류를 위한 '통일조약 2.0'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AfD와 BSW는 오는 9월 작센·튀링겐·브란덴부르크 등 동독 3개주 의회 선거에서 세력 확장을 노리고 있다.
훔볼트대 사회학과 슈테펜 마우 교수는 "제도에 대한 신뢰와 의회 민주주의 지지, 정당 충성도가 동독에서 덜 뚜렷하게 나타난다"며 9월 선거 결과에 따라 동서가 더욱 분리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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