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 정권교체 위기…"어떻게 믿겠나" 질문에 "이미 보여줬다"
(노샘프턴셔[영국]=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이게 보수당의 운을 바꿔놓을 마지막 기회입니까? 게임체인저로 충분한가요? 유권자들이 감세 약속을 어째서 믿어야 합니까?"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11일(현지시간) 잉글랜드 노샘프턴셔 실버스톤 서킷에서 집권 보수당의 총선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난 직후 취재진의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다.
제1야당 노동당의 지지율을 좀처럼 따라잡지 못하고 14년 만에 정권을 내줄 위기가 고스란히 반영된 분위기다.
이날 수낵 총리는 재집권하면 근로자의 소득세 격인 국민보험(NI) 요율 추가 인하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연간 170억 파운드(30조2천억원) 규모의 감세 공약을 내놓았다.
보수당 정부하에서 그간 조세 부담이 늘어난 만큼 유권자들이 보수당의 감세 약속을 왜 믿어야 하는지 질문에는 두 차례에 걸친 NI 요율 인하를 들어 "우리가 이미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받아넘겼다.
이 행사는 국제자동차경주연맹(FIA) 포뮬러원(F1) 브리티시 그랑프리를 개최하는 장소인 실버스톤 서킷에서 정부 및 보수당 인사들과 취재진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수낵 총리는 이날 발표를 시작하면서 "여기에 서게 돼 정말 좋다"며 "우리 경제가 진짜로 전환점을 돌았다. 이를 보여주기 좋은 장소"라며 실버스톤을 발표 장소로 선택한 것과 영국 경제를 연계해 설명했다. 자신의 집권 시기에 영국 경제가 역성장에서 벗어났고 치솟았던 물가상승률도 둔화한 것을 내세운 것이다.
44세인 수낵 총리는 이날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보수당 정부의 성과를 자랑했고 재집권하면 영국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대담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인도 재벌 출신 부인인 아크샤타 무르티 여사와 질리언 키건 교육장관,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보수당에 드문 승리를 안긴 벤 하우천 티스밸리 시장 등 보수당 인사들은 그때마다 박수를 쏟아냈다.
그러나 이번 공약은 보수당의 운명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바로 나오고 있다.
주요 감세안인 NI 요율 인하는 지난해 11월부터 두 차례 이미 이뤄졌으나 노동당(44%)과 보수당(23%)의 지지율 격차는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5%로 높이고 국경 보안을 강화하며 정규군 또는 사회봉사 의무 복무제를 도입하는 공약은 이미 앞서 공개돼 새로운 것이 없다.
이번 발표가 진행된 노샘프턴셔의 상황도 현재 보수당이 처한 위기를 보여준다.
2019년 총선을 거쳐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노샘프턴셔 7개 선거구는 모두 보수당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2월 웰링버러 보궐선거에서는 젠 키친 노동당 후보가 당선됐다.
이날 행사에서도 "이번 공약이 게임체인저가 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에 무엇이라고 답하겠나", "보수당보다 노동당이 세금과 관련해 더 신뢰를 얻고 있다"는 의구심 섞인 질문이 계속됐다.
수낵 총리는 이런 질문들에 "우리가 모든 걸 잘한 것도 아니지만 이 선거에서 우리나라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큰 구상을 가진 곳은 보수당뿐"이라고 답했다.
또한 "(총리가)나인가, 키어 스타머(노동당 대표)인가 선택의 문제"라며 "내가 총리직을 유지하면 대담한 행동을 할 수 있지만, 노동당에는 제대로 된 아이디어가 없기에 그들이 더 큰 어려움에 닥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 평가는 썩 긍정적이지 않다.
마크 스톤 스카이뉴스 기자는 "이날 기자들이 '총리가 트랙에 올라 레이스를 이기려 한다"는 등 선거와 자동차 경주에 관한 많은 비유를 들었지만, 많은 이가 이번 공약 발표를 게임체인저로 보기 어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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