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된 키이우 한복판 '호텔 우크라이나' 등 국영 기업 3천여곳 대부분 매각 대상
올해 1억 달러 조달 목표…전쟁 탓 투자자 찾기 난항, 부패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전쟁 비용을 대느라 재정난에 빠진 우크라이나가 국영 기업 등 국유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부족한 군비를 충당하고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 3천여개가 넘는 국영 기업 등 대부분의 국유 자산을 민간에 매각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우크라이나가 1991년 붕괴한 소련으로부터 물려받은 국영 기업들은 대부분 수익을 내기는 커녕 정부 재정을 갉아먹는 골칫덩이로 전락한 상태다.
정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가 소유한 국영 기업은 3천100여곳으로, 이 중 실제로 운영하는 곳은 절반이 채 안 된다. 수익을 내는 곳은 단 15% 뿐이다.
이 중 가장 수익성이 낮은 기업 5곳에 지난해 들어간 비용은 5천억달러(한화 약 688조 7천500억원)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국영 기업을 관리하는 우크라이나 국유 재산 기금의 비탈리 코발 대표는 "모든 지출이 신중하게 통제돼야 하는 전시 상황에서 이러한 비용은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우크라이나 정부의 국가 예산은 러시아와 전쟁 비용을 대기 위해 필요한 액수에 비해 50억 달러(약 6조 8천800억원) 가량 모자란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재정난 해결을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올해 여름부터 수도 키이우에 위치한 호텔과 대형 쇼핑몰, 광산 및 화학 기업 등 20여개 국유 자산을 우선 경매에 부칠 예정이다.
올해 최소 1억 달러(약 1천377억원)어치의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 목표다. 매각 대상에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한가운데에서 60년 넘게 운영된 상징적 장소인 '호텔 우크라이나'도 포함됐다.
호텔 우크라이나의 경매 시작가는 2천500만 달러(약 344억원)로 책정됐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영 기업을 100여곳만 남기고 모두 민영화하는 것이라고 코발 대표는 전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전쟁으로 불확실성이 큰 우크라이나의 기업과 자산을 선뜻 구매할 투자자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가을 경매 예정인 국영 티타늄 생산업체 '유나이티드 마이닝 앤 케미컬 컴퍼니'(U.M.C.C.)는 이미 전쟁 전에도 세 차례나 매물로 나왔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의 침략 위협 등으로 인해 입찰자가 없어 경매가 취소된 바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NYT에 전쟁으로 인한 위험성을 고려할 때 국유 자산이 전쟁 전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상황이 시급한 만큼 대대적인 민영화로 우크라이나 국내 경제를 진작하고 세수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U.M.C.C. 매각과 관련해 정부와 협력하고 있는 금융 회사 'BDO 우크라이나' 측은 현재 투자자 7곳이 U.M.C.C. 매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경매가는 약 1억달러 선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들은 국유 자산을 매각한 수익이 정부 유착 세력의 손에 들어가는 부패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고 NYT는 짚었다.
매각 대상이 된 '호텔 우크라이나'의 식당에서 만난 시민 올라 칼리니첸코(38)는 NYT에 "(국유 자산을 매각한) 이 돈이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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