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티엄' 첫 탑재 전기차…'코레오그래피 라이팅' 등 차별화된 디자인
뛰어난 주행질감·정숙성…내비게이션 미탑재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제너럴모터스(GM) 고급 브랜드 캐딜락의 첫 전기차인 준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리릭'이 국내에 상륙했다.
리릭은 GM의 차세대 모듈형 전기차 전용 플랫폼 '얼티엄'을 탑재했다.
리릭은 캐딜락의 브랜드 명성과 콘셉트카 때부터 입소문을 탄 디자인으로 출시 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준대형 SUV 체급에 따른 높은 가격이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속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에 캐딜락코리아는 리릭을 풀옵션의 스포츠 단일 트림으로 출시하며 가격은 미국과 유럽보다 2천만원가량 낮추는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처음 마주한 아젠트 실버 메탈릭 색상의 리릭은 보자마자 "멋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디자인 면에서는 탁월했다.
준대형 전기 SUV라 기아 EV9과 비슷한 크기를 예상했지만, 전장(4천995㎜)과 전고(1천640㎜)는 EV9보다 짧거나 낮았다. 특히 전고는 준대형 SUV치고는 낮은 편이어서 크기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캐딜락의 직각형 라인에 약간의 곡률을 더한 차체 디자인도 눈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국내에서 가장 잘 알려진 캐딜락 모델인 에스컬레이드의 육중한 모습을 연상하면 같은 브랜드인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날렵한 모습이었다.
리릭 디자인의 정점은 '코레오그래피 라이팅'이라고 이름 붙여진 램프 시스템이었다.
리릭의 전면부에는 캐딜락의 상징이었던 크롬 그릴 대신 '블랙 크리스탈 쉴드'라는 라이팅 그릴이 탑재됐다. 여기에 그릴 위로 겹치면서 위치한 수평형 주간주행등(DRL)은 9개의 발광다이오드(LED)로 구성된 수직형 헤드램프로 방패 모양을 그리며 이어진다.
차량에 가까이 가 잠금을 해제하자 그릴 중간에 있는 캐딜락 로고에서 빛이 시작해 주간주행등을 지나 헤드램프까지 이어졌다. 빛이 아래로 흐르는 모습이 마치 "디지털로 비가 내리는 것 같다"(Digital Rain)는 캐딜락 직원의 설명이 돌아왔다.
차에 탑승한 후 경기 포천의 한 카페까지 80㎞가량의 주행에 나섰다.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차량 정보 등이 한꺼번에 담긴 33인치 커브드 LED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왔다.
요즘 유행하는 일체형 디스플레이라 깔끔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이 없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안드로이드 오토를 통해 휴대폰의 내비게이션 앱을 활용해야 했다.
휠베이스가 3천95㎜에 달하는데도 뒷좌석은 생각보다 좁았다.
액셀을 밟자 묵직하지만, 매끄러운 주행 질감이 그대로 몸에 전달됐다. 캐딜락의 가장 큰 장점인 안정적인 주행감이 전기차라는 날개를 달고 더욱 강화한 느낌이었다.
리릭은 GM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함께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얼티엄'을 기반으로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양극재의 배터리 셀을 12개 모듈에 배치한 102kWh(킬로와트시) 배터리가 탑재됐다.
가장 일반적인 투어 모드로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전기차답게 힘있게 나아갔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속도)은 4.6초에 달했다. 최대출력 500마력, 최대토크 62.2kg.m의 동력성능을 갖췄다.
다만 서스펜션이 다른 전기차에 비해 딱딱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배터리 배치로 다른 차량보다 무게중심을 낮춘 영향인 듯싶었다.
그래서인지 주행감은 부드러워졌지만, SUV의 역동적 느낌은 희석된 편이었다.
캐딜락코리아는 시승 전부터 업계 최초로 적용된 '가변형 리젠 온 디맨드' 기능을 유심히 봐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스티어링휠 후면에 장착된 압력 감지 패들 스위치로, 감속과 정차를 통해 회생제동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이다.
다른 전기차는 버튼을 차례로 눌러 회생제동 단계를 바꾸는 방식인 데 비해 가변형 리젠 온 디맨드를 활용하면 스위치를 누르는 강도만으로 단계를 조정할 수 있다.
이 기능의 편리함을 놓고 시승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정숙성은 리릭의 큰 장점이었다.
전기차는 엔진음이 사라진 대신 풍절음,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내부 소음 등이 더 크게 들리는데 리릭은 여느 전기차보다도 조용했다.
3축 가속 센서와 차량 내부 마이크가 분석해 실내 소음을 상쇄하는 음파를 내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 덕분이었다.
길을 잘못 들어 예상보다 더 긴 거리를 주행했지만, 회생제동 기능을 잘 활용한 덕분인지 주행가능 거리는 60㎞밖에 줄지 않았다. 리릭의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는 465㎞다.
차를 정차하고 트렁크를 열어보니 골프가방 3개 정도는 거뜬히 들어가는 크기였다.
저가 전기차 시대에 1억원이 넘는 가격대는 분명히 부담스러운 부분이었지만, '캐딜락'이라는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맞은 전기차라는 점은 수긍할 수 있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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