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하나파시냔 총리, 의회서 첫 공식 언급…"시기는 미정" 여지 남겨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옛 소련 출신인 아르메니아가 아제르바이잔과 전쟁에서 러시아의 중립에 반발하던 끝에 러시아 주도의 군사·안보 협력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탈퇴 의사를 공식화했다.
12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이날 이회 질의응답 과정에서 아르메니아가 CSTO에서 완전히 탈퇴할 것이며 구체적 시점은 추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CSTO를) 떠날 것이다"라면서 "우리는 언제 떠날 지 결정할 것이고,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여기에는 다른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CSTO) 회원국들이 협약에 따른 의무를 다하지 않고 아제르바이잔과 함께 우리에 대한 전쟁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파시냔 총리가 CSTO 탈퇴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AP는 짚었다.
과거 소비에트연방(소련) 구성국이었던 아르메니아는 작년 9월 아제르바이잔과의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했을 때 중립을 표방하며 CSTO 회원국인 자국을 지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러시아와 갈등을 빚어왔다.
결국 아르메니아는 올해 2월 CSTO에 상주대표를 두지 않고 고위급 행사에 불참한다는 방침을 밝혔고, 합동군사훈련 참여를 중단하고 자국 주둔 러시아군에 철수를 요구하는 등 행보를 보여왔다.
다만, 아라라트 미르조얀 아르메니아 외교장관은 파시냔 총리의 이날 발언에 대해 아직은 CSTO에서의 완전한 탈퇴를 선언한 것이 아니라며 여지를 남겼다고 AP는 전했다.
미르조얀 장관은 "아르메니아가 CSTO에서 탈퇴한다고 총리가 말했다는 건 잘못된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파시냔 총리의 발언에 대해 러시아 측은 즉각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1922년 소련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주민의 다수가 아르메니아인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이 아제르바이잔 행정구역에 편입된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영토분쟁을 이어왔다.
소련 붕괴 직전인 1988년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친아르메니아 분리주의 세력이 독립을 선언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결국 전쟁으로 이어졌고, 아제르바이잔이 사실상 패배하면서 이 지역에는 미승인국 아르차흐 공화국이 세워졌다.
그러나 2020년 발발한 2차 전쟁에선 아제르바이잔이 일방적으로 승리했고, 2023년 아제르바이잔이 재차 공세에 나서 아르차흐 공화국이 해체되면서 아제르바이잔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영유권을 확고히 했다.
패전으로 나고르노-카라바흐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한데 이어 국경 마을 일부를 아제르바이잔에 넘길 처지가 된 아르메니아에선 정정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이날 아르메니아 의회의사당 주변에선 시민 수천명이 파시냔 총리의 하야를 요구하며 경찰과 충돌해 약 100명이 부상하고 98명이 연행됐다.
현지 언론노조는 이 과정에서 취재진 10여명이 다쳤다면서 경찰의 과도한 대응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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