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야' 반대 딛고 36대 37로 통과…상원 개별 조항 투표 거쳐야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남미의 대표적 극우 지도자인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추진해온 '옴니버스 법안'이 6개월여만에 가까스로 상원 문턱을 넘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밀레이 대통령은 취약한 정치 기반 탓에 그간 단 한 건의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했지만, 400여개 조항을 손질하고 오른팔인 수석장관을 경질하는 '극약 처방' 끝에 첫 정치적 승리를 거머쥐게 됐다.
AP통신은 12일(현지시간) 밀레이 대통령의 옴니버스 법안이 11시간의 논쟁 끝에 37대 36으로 상원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옴니버스 법안은 밀레이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 직후 제출한 법안이다.
664개 조항으로 이뤄진 이 법안에는 국회의 동의 없이 국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고 부유층의 세율은 낮추는 반면 서민들의 세금은 높이는 내용 등이 담겨 좌파 노동조합 등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국영기업을 민영화하는 내용 등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방대한 법안의 내용에 비해 이를 통과시켜야 하는 밀레이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은 초라했다.
20년 만에 최악의 상태에 처한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를 해결하겠다며 집권한 밀레이 대통령의 자유전진(리베르타드 아반자) 정당연합은 하원 257석 중 40석, 상원 72석 중 7석밖에 차지하지 못한 소수당이다.
노조를 장악한 좌파 페론주의(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 이념) 정당이 '거야'로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밀레이 대통령은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옴니버스 법안은 600여개 조항 중 공기업 민영화 내용 등 400여개 조항이 삭제되는 진통 끝에 4월 말에야 하원을 통과해 상원에 부의됐다.
상원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72표 중 37표를 얻어야 하는데, 페론주의 정당이 33석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이날 투표는 36대 36으로 동률을 기록했고, 부통령이기도 한 빅토리아 비야루엘 상원의장이 밀레이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면서 가까스로 통과됐다.
법안이 논의되는 동안 의회 밖에서는 처리에 반대하는 야당 인사들과 시민들이 시위에 나서면서 경찰과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노동권과 연금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한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종일 의회 주변에서 시위를 벌였으며 "우리나라는 파는 물건이 아니다"고 옴니버스 법안을 비판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반년 만에 측근인 니콜라스 포세 수석장관을 경질하는 승부수를 던지기도 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내각을 상대로 의회에서 옴니버스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평가 대상'에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고, 이후 최측근으로 꼽히는 포세 수석장관을 사의 수용 형식으로 사실상 경질하면서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AP는 밀레이 대통령의 이런 정치적 상황에 대해 워싱턴 전략회사인 'GBAO'의 아르헨티나 분석가는 "역사상 가장 거대한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는 가장 약한 대통령을 보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이번 법안 통과로 밀레이 대통령의 개혁 드라이브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옴니버스 법안이 입법 과정을 완전히 통과하려면 상원에서 개별 조항에 대한 투표를 다시 거쳐야 하고 이후 하원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6개월여만에 1승을 거머쥔 밀레이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 실현을 위해 한 발 더 나아가는 모양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이사회 멤버인 아구스틴 페세가 사임하고 이 자리를 밀레이 대통령의 고문이기도 한 경제학자 페데리코 푸리아세가 대신하게 됐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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