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이미 도입 또는 도입에 긍정"…이공계 여성 비율 7%로 OECD 최하위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일본 국립대에서 남성 차별 논란에도 이공계 학부를 중심으로 '여성 별도 정원제'를 채택하는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이 지난 4∼5월 전국 국립대 86곳 중 여대 등을 제외한 80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한 79곳 중 12곳은 이미 여성 별도 정원제를 도입했고 제도 도입을 결정한 대학도 교토대 등 17곳에 달했다.
도쿄공업대, 구마모토대 등 이미 이 제도를 도입한 대학의 경우 적용 개시 시기는 2023년도 입시가 3곳, 2024년도 입시가 8곳이었으며 도입 예정인 교토대, 지바대 등 대학은 2025년도가 14곳이고 2026년도는 3곳이다.
여기에 4개 대학도 도입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조사에 응답한 79곳 중 41.3%인 33곳이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에 긍정적인 셈이다.
나머지 대학 중 12곳은 도입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이 제도가 적용된 학부는 주로 이공계이며 각 대학 학부별 모집인원의 1%에서 10여%를 차지했다.
선발 방식은 필기시험 점수에 의한 일반 선발은 없고 학교장 추천, 학생부 종합전형 등 한국으로 치면 수시 전형이다.
제도 확산 배경으로는 우선 세계적으로도 극히 낮은 일본의 여성 이공계 대학생 비율과 인구 감소에 따른 일손 부족을 우려하는 산업계의 요구 등이 꼽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이공계 학부 진학자 중 여성 비율은 일본(2021년 기준)이 약 7%로, 비교 대상 36개국 중 최하위였다.
일본 정부도 여성을 비롯한 다양한 인재의 활약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문부과학성은 2022년 각 대학이 참고할 입시 실시 요령에 학생 다양성 확보 등을 강조하면서 이공계 분야의 여성 별도 정원제 창설을 대응책 예시로 넣었다.
물론 일본에서도 여성 별도 정원제를 둘러싸고는 공정성 논란이 없지 않다.
실제 규슈대는 2010년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가 남성을 차별한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자 이듬해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번 조사에 응하지 않은 도쿄대는 지난 3월 기자회견 때 여성 별도 정원제 도입을 둘러싼 논의는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지만 학내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아사히는 전했다.
1994년 기계공학과(현 전기기계공학과) 추천 전형에 일본에서 처음으로 여성 별도 정원제를 도입한 나고야공업대의 한 교수는 "올해 입시에서도 전기기계공학과의 여성 비율은 11.7%였다"며 "서구처럼 이공계의 여성 비율이 높아지려면 사회 전체의 의식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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