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연간 1천억원씩 5년간 순차 투자…국회 '예산 협조' 관건
정부, 중단된 공기업 '성공불융자' 부활도 추진
(세종·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슬기 기자 = 정부와 한국석유공사가 오는 12월부터 '대왕고래'를 포함한 동해 심해가스전 유망구조 중 한 곳을 골라 첫 탐사 시추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우선 올해까지 들어갈 '착수비' 성격의 재원 100여억원은 확보됐다.
다만 향후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기 위해 내년부터는 연간 1천억원 이상의 재원이 꾸준히 들어가야 하므로 정부가 자본 잠식 상태인 석유공사에 예산 지원을 하려면 국회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14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공사는 첫 탐사 시추를 위한 착수금 성격의 예산 100여억원을 마련해 둔 상태다.
정부는 올해 12월부터 4개월간 약 1천억원을 투입해 7개의 유망구조 중 1곳에서 탐사 시추를 할 예정으로, 노르웨이 시드릴사와 시추선 임대 등 다수의 관련 용역 계약을 맺은 상태다.
당장 올해 들어갈 자금은 착수비 성격의 100여억원이다. 나머지 약 900억원은 첫 탐사 시추 작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인 내년에 지급될 예정이어서 내년도 예산에 반영돼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착수금 용도로) 100억원이 조금 더 확보돼 있다"며 "시드릴 사와 계약해 착수금을 줘야 하는 등 대부분이 착수금, 계약금"이라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자금은 내년부터 투입돼야 한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약 20%의 성공률을 고려했을 때 향후 5년간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추공 1개에 약 1천억원씩, 5천억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산업부는 지난 13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내년부터 석유공사 지원을 위해 정부 출자와 더불어 '성공불융자'로 불리는 해외자원개발 특별융자 제도 활용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성공불융자는 해외자원개발 등 위험이 큰 사업을 하는 기업에 정부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사업이 실패하면 융자금을 면제해주고, 성공하면 원리금 외에 특별 부담금을 추가로 징수하는 제도다.
이명박(MB) 정부 당시 대규모 해외 자원개발 실패 이후 정부는 공기업을 제외한 민간 기업에만 성공불융자를 진행해왔다.
산업부는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의 정부 지원 필요성이 커진 만큼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공기업인 석유공사에 성공불융자를 재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야당은 정보 공개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시추 예산과 관련해 협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시추 탐사가 본격화하는 내년 이후 예산 확보 여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지난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진상규명 없이는 시추 예산을 늘려줄 수 없다"며 "국회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하고 있는데, 이 자체가 의혹을 인정하는 꼴 아닌가"라고 밝혔다.
정부가 향후 심해 유전 개발 경험이 있는 글로벌 메이저 석유기업의 투자 유치 방침을 밝힌 만큼 향후 특정 시점에 정부와 석유공사의 재원 부담은 크게 낮아질 수도 있다.
심해 유전 개발 경험이 많은 글로벌 메이저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면 한국 측의 초기 탐사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다만 개발 성과가 났을 때 투자 지분만큼 해당 기업에 이익을 내줘야 하는 측면도 있다.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지난 1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외국 기업이 들어오기에 매력적으로 하면서도 국익을 최대화하는 고차 방정식을 풀어나가야 한다"며 "지금부터 몇달간이 정말 중요한 시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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