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게임업계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 연구가 진전을 보이면서 이용자와 자연어로 상호작용하는 AI 챗봇을 도입하는 게임이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사람처럼 대화하고 교감할 수 있는 AI 캐릭터가 게임에 하나둘씩 등장하면서 수년 내로 게임산업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크래프톤, AI 추리 게임 출사표…엔비디아도 AI 적용 NPC에 관심
대표적인 사례는 크래프톤 자회사 렐루게임즈가 개발해 이달 24일 정식 발매를 앞둔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이다.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은 주인공이 수사관이 되어 1인칭 시점으로 범죄 현장을 조사하고, AI 캐릭터를 자연어로 심문해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추리 게임이다.
제작진은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제작에 오픈AI의 최신 거대언어모델(LLM) GPT-4o를 활용했다.
그간 게임에 AI 챗봇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종종 있었지만, 대형 게임사가 만든 상용 게임 중에서는 전 세계를 통틀어 봐도 선구적인 시도다.
지난달 말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 공개된 데모 버전에서는 한 개의 에피소드를 미리 체험해볼 수 있었는데, 플레이 도중 언제든지 AI 용의자에게 채팅하듯이 질문을 던지고 여기서 힌트를 얻어 퍼즐을 풀어나가는 경험이 인상적이었다.
내용이 모순되거나 엉뚱한 대답을 내놓는 경우도 있었지만, 다른 게임에서는 할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이었다.
이보다 앞서 중국 게임사 넷이즈는 이미 지난해 6월 자국 시장에 출시한 다중 이용자 온라인 역할 수행 게임(MMORPG) '역수한'에 AI 기반 챗봇을 도입, 플레이어가 채팅창 또는 음성 입력으로 말을 걸면 대답을 내놓는 '플레이 불가 캐릭터'(NPC)를 선보였다.
게임 제작 과정에서 AI 도입을 돕는 기반 기술도 나오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3월 미국에서 열린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GDC) 자리에서 AI 게임 스타트업 '인월드AI'와 협업해 생성형 챗봇 기반 캐릭터를 손쉽게 구현하는 기술을 공개했다.
엔비디아가 공개한 기술 시연 영상 속 게임 NPC들은 저마다의 배경 설정과 성격, 다른 캐릭터와의 관계 등이 설정돼있어 이를 토대로 대답을 생성하고 실제 사람처럼 음성까지 합성해 출력한다.
◇ "AI로 살아숨쉬는 게임 NPC, 머지않아 보편화될 것"
게임 업계에서는 생성형 AI가 게임 이용자의 몰입감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플레이 경험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잠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의 게임 NPC들은 플레이어의 실제 의도와 상관없이 조건에 따라 미리 준비된 대사와 행동을 그대로 출력했다. 플레이어가 게임 속 상황에 개입할 수 있는 방법도 한정적이었다.
수많은 스토리 분기와 방대한 대사 분량으로 게이머들의 찬사를 받으며 지난해 해외 게임 시상식을 석권한 라리안 스튜디오의 '발더스 게이트 3'도 결국 플레이어가 미리 쓰인 선택지를 고르고 거기에 맞는 결과를 보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고도화한 생성형 AI가 게임에 도입되면 이용자가 실제 게임 속 세계에 있는 것처럼 자유롭게 캐릭터와 대화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물론, 만족스러운 이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난관도 많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AI가 생성한 대사가 사람이 쓴 것만큼 재밌어야 하는데, AI 모델을 잘 튜닝해도 기획 의도에서 엇나간 뜬금없는 대답을 내놓는 경우가 많아 까다롭다"고 말했다.
기술적 난관이 빠르게 해소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산업 전반에서 AI 수요가 늘면 중소기업도 저렴하게 쓸 수 있는 고성능 AI 설루션도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지금도 게임 제작 현장에서는 생성형 AI가 널리 쓰이고 있고, 현재까지의 AI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AI 챗봇이 들어간 게임도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보편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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