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금지' 서울시 규정 있지만 강제성 없어 유명무실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수도권 정비사업 조합들이 조합장에게 거액의 성과급 지급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청산을 앞둔 조합이 조합장과 임원 등에 공로금 등의 명목으로 금전적 포상을 지급하는 관행이 이어지면서 이를 둘러싼 갈등도 곳곳에서 불거지는 모양새다.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최근 대의원대회를 열고 조합장에게 성과급 10억원을 지급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조합장의 노고와 경영 성과를 보상하고 조합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소송 비용을 보상한다는 것이 지급 사유다.
성과급 지급은 오는 19일 열리는 해산 총회의 안건으로 상정된 상태로, 현재 조합원들로부터 서면 결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은 성과급 지급이 부당하다며 단지 안팎에 여러 개의 현수막을 내걸고 반대하고 있다.
현수막에는 '10억 성과금이 웬말이냐', '거수기 대의원들 각성하라', '조합장 10억,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과 입주민'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이들은 조합장이 조합 및 아파트의 부실 운영과 부정 선거 등으로 조합에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끼쳤기 때문에 성과급 지급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조합 관계자는 "조합장은 기본급만 연 9천만원이며 상여금까지 포함하면 연 1억원이 넘는 금액을 매해 보수로 수령했고, 앞으로도 청산인 자격으로 수년간 보수를 받을 예정"이라며 10억원의 인센티브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경기 안양시 비산초교 주변 지구(평촌 엘프라우드) 재개발 조합은 조합장에게 50억원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조합원들의 반발에 밀려 계획을 철회했다.
서울 동대문구 용두5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해 해산총회에서 조합장에게 12억원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총 32억9천만원을 임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장과 임원에게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관행이 놓고 논란이 일자 서울시는 2015년 '정비사업 조합 등 표준 행정업무 규정'을 개정해 조합 임원에 대해 임금 및 상여금 외에 별도의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도록 정했다.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 배분 대상은 조합 임원을 포함한 조합원 전체인 데다, 성과급 지급 규모에 대한 평가·검증 등이 어렵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강제성 없는 권고사항에 그쳐 성과급 지급 관행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다만 지나치게 높은 성과급에 제동을 건 법원 판례는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20년 9월 서울 신반포1차(아크로 리버파크) 아파트 재건축조합이 임원들에게 추가 이익금의 2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도록 한 총회 결의를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임원들에게 주기로 한 인센티브가 부당하게 과다해 신의성실 원칙이나 형평에 반한다고 볼만한 사정이 있다면 그 인센티브 지급 결의 부분은 효력이 없다"고 했다. 이어 열린 고등법원 파기환송심에서는 추가 이익금의 7%만 성과급으로 인정하는 판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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