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평화회의' 개최지 인근 도시 루체른서 공연 펼쳐
톈안먼 시위·베를린 장벽 붕괴 때 부른 자유·평화 상징 곡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전쟁통에 고향을 떠난 우크라이나 난민 수십명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평화 회의가 열린 스위스에서 조국의 밝은 미래를 염원하면서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를 불렀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들은 스위스 전역에서 모인 합창단원들과 함께 세계 90여개국 정상급 인사가 참가한 평화 회의가 개최된 휴양지 뷔르겐슈톡 인근 루체른의 한 광장에서 합창 공연을 펼쳤다.
우크라이나 난민 약 50여명이 합창에 참여했으며 일부는 자수가 새겨진 우크라이나 전통 의상을 입고 머리에 화관을 쓴 채 우크라이나 국기를 펼쳐 들고 노래를 불렀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스위스에는 우크라이나 난민 6만5천여명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난민들이 부른 베토벤 '환희의 송가'는 베토벤 '합창' 교향곡 중 4악장에 나오는 곡으로 독일 극작가 프리드리히 실러가 쓴 시에서 가사를 따왔다.
'모든 인간은 한 형제'라는 내용의 가사와 웅장한 선율로 자유와 화합, 평화에 대한 희망을 노래한다.
유럽연합가이기도 한 이 곡은 그간 세계 각국에서 권위주의에 대한 저항을 상징하는 시위곡으로도 불렸다.
1989년 중국의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를 비롯해 독일의 베를린 장벽 붕괴 당시에도 이 곡이 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합창을 듣기 위해 관광객과 우크라이나 지지 시위자들이 모여들었으며, 이후 합창단이 우크라이나 국가를 부를 때에는 일부 사람들이 함께 따라 부르기도 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오데사 출신 난민 안나 하이다시는 로이터에 "('환희의 송가'는) 자유에 대한 것"이라며 "이 노래와, 이 모든 사람들을 보니 이러한 상황에서도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합창 공연을 기획한 다니엘라 마제르는 "이들은 베토벤의 위대한 음악을 통해 전 세계에 호소하며 자신들의 공격받은 국가를 위한 평화와 자유에 대한 바람을 재확인하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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